오늘은 계사년 정월 대보름입니다. 서울의 달뜨는 시간이 4시 56분이었습니다. 저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카메라를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창문으로 보름달이 떠오르는 지점이 보였습니다. 대빈창 해변 하늘에 지는 해가 붉은 기운을 흩뿌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달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탁한 구름이 동녘 하늘에 잔뜩 드리웠습니다. 저녁을 먹고 몸에 밴 버릇대로 산책에 나섰습니다. 봉구산 자락의 비탈밭 길을 따라 대빈창 해변에 닿았습니다. 당연히 물때는 사리였습니다. 만조를 지나 바닷물은 모래사장에서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습니다. 다랑구지 들녘을 가로지르는 농로를 타고 언덕빼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느덧 어스름이 깔렸습니다. 달이 떠오른 지 두 시간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 흐릿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