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셋째주 주말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의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공단 도시의 가로수는 꽃을 활짝 터뜨려 봄의 절정을 스스로 알리고 있었습니다. 낯익은 공단도시 안산. 30여 년 전 초겨울의 어느 날 나는 가벼운 이삿짐을 끌고 서해의 신생 도시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이방인의 눈길에 도시는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허허벌판 여기저기 멋대가리 없게 하늘로 고개를 치켜 든 몇 개의 건물이 띄엄띄엄 늘어섰습니다. 그 사이를 검은 뱀처럼 아스팔트가 구불거리며 잇고 있었습니다. 고잔동 〇 〇 빌라 월세 지하방에 짐을 풀었습니다. 사시사철 습기로 눅눅한 지하방은 연탄창고를 개조한 열악한 주거지였습니다. 이부자리와 밥통, 소형 중고 냉장고, 비키니 옷장, 허름한 몇 벌의 옷과 열 손가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