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잃어버린 계절 지은이 : 김시종 옮긴이 : 이진경․카게모또 쓰요시 펴낸곳 : 창비 영원히 다른 이름이 된 너와 / 산자락 끝에서 좌우로 갈려 바람에 날려간 뒤 / 4월은 새벽의 봉화가 되어 솟아올랐다. / 짓밟힌 진달래 저편에서 마을이 불타고 / 바람에 흩날려 / 군경 트럭의 흙먼지가 너울거린다. / 초록 잎 아래 아로새긴 먹구슬나무 밑동 / 손을 뒤로 묶인 네가 뭉개진 얼굴로 쓰러져 있던 날도 / 흙먼지는 뿌옇게 살구꽃 사이에서 일고 있었다. 「4월이여, 먼 날이여」(86-88쪽)의 4연이다.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김시종(金時鐘, 1929- )은 부산에서 태어나 제주로 건너갔다. 제주4․3 항쟁에 참여했고, 이듬해 학살을 피해 일본으로 밀항했다. 오사카 재일조선인 거주지 이까이노에 정착한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