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한 줄기의 비행운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두텁게 퍼져 나가고, 바로 위에 날카롭고 가는 새 비행운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해는 바다로 떨어지고 벌겋게 하늘을 수놓은 북새가 가라앉았습니다. 어두워지는 대빈창 해변 하늘로 쏜살같은 비행운이 푸른 하늘에 일직선의 흰 줄기를 남겼습니다. 오늘따라 디카나 휴대폰이 손에 없습니다. 봉구산자락을 거슬러 오르는 옛길을 버리고 급한 마음에 다랑구지 들녘을 가로지르는 농로 고갯길을 헐레벌떡 뛰었습니다. 어머니께 건네받은 디카를, 짙어가는 어둠에 조바심을 내며 대빈창 해변 하늘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렀습니다. 대기 속으로 퍼지며 엷어지고 두터워진 두 줄기의 비행운이 한 몸이 되었습니다. 김애란의 세 번째 소설집 「비행운」이 떠올랐습니다. 특이하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