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제대로 된 혁명 지은이 : D. H. 로렌스 옮긴이 : 류점석 펴낸곳 : 아우라(AURA) 큰 형이 대문을 나섰다. 나는 슬그머니 형의 독방인 건너방으로 잠입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보풀이 일고 붉은 기가 바랜 커튼을 제쳤다. 삼단 책장의 앞트임을 낡은 커튼으로 압정을 박아 가렸는데 스무여 권의 책이 보물처럼 숨겨 있었다. 일명 붉은 책들이었다. 큰형과 여덟살 터울로 나는 막 중학에 들어 선 나이였다. 나는 창틀에 문고판 크기의 책을 펼쳐놓고, 대문의 인기척을 흘끔거렸다. 소년기를 벗어나는 시기, 나의 도둑 책읽기는 달뜬 열기를 뿜어내는 날숨에 아찔함과 비릿함이 묻어났다. 80년대 초반.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대학진학을 포기한 나는 세상에 대한 울분을 술주정으로 풀었다. 몇 푼의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