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름판니다 개지렁이 있음니다 낙시봉 있음니다 『담배, CCTV 녹화중, 감시 카메라 작동중』 스티커 석 장은 분명 명절날 고향섬을 찾은 자식들의 작품이 틀림없습니다. 구멍가게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강화도와 서도 군도를 오가는 항로의 여객선 선장이었습니다. 자녀들은 자라서 대처로 출가했고, 아내는 고생만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겨우내 찾는이 없는 외딴 섬 구멍가게의 출입문은 오늘도 굳게 닫혔습니다. 산자락아래 바투 앉아 북향을 바라보는 선창가 가게의 겨울 햇살은 가난하기 그지없습니다. 세찬 바닷바람과 햇살 한 줌 비추지 않는 냉랭한 그늘아래 잠긴 가게는 겨울잠에 빠진 짐승 같습니다. 막종이에 할아버지가 쓴 공고문은 추석 전후에 종이테이프로 붙였습니다. 씨알이 굵은 망둥어를 선창 부잔교에서 낚시하는 외지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