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처음 읽은 식물의 세계사
지은이 : 리처드 메이비
옮긴이 : 김영정
펴낸곳 : 탐나는책
영국의 자연 작가․저널리스트 리처드 메이비(Richard Maybey)는 식물학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는 『대영 식물 백과사전』을 집필했다. 자연 작가의 신간 『처음 읽는 식물의 세계사』는 ‘인간의 문명을 정복한 식물 이야기’라는 카피를 달았다. 인간의 협력자․경쟁자․전령사로 인류와 함께 한 식물의 방대한 역사를 담았다. 책에 등장하는 식물 목록은 무려 375개였고, 12개 챕터로 구성되었다.
일반적으로 잡초는 ‘부적절한 장소에서 자라는 식물’로 정의된다. 즉 사람들이 다른 풀이 자라기를 바라는 곳, 또는 어떤 풀도 자라지 않기를 바라는 곳에 존재하는 식물이다. 책은 잡초의 문화사 안에서 특정한 식물종의 특정한 도전들이 특정한 인간 개인들의 집착과 만나는 중요한 순간들을 살펴보았다. 솔즈베리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런던의 피폭지역에 모습을 드러낸 126개종을 기록했다. 양귀비 꽃머리 한 개에는 1,000개의 씨앗이 들어있고, 풀 한포기에 50개의 꽃머리가 달렸다. 바람이 불때마다 1m 떨어진 곳까지 씨앗이 날아갔다. 조건이 맞으면 총생산된 씨앗 2만개 중 85%, 1만7천개가 첫해에 발아하고, 둘째 해에 또다른 1천개, 셋째 해에 500개가 발아한다.
야생귀리는 함께 자라는 농작물과 섞이기 위해 모양이 다른 품종들을 진화시켰다. 월동하는 보리의 사이에서 싹이 트는 메귀리는 로제트 모양으로 자랐고, 키큰 봄보리 사이에서 싹이 트는 메귀리는 봄보리 흉내를 내며 급성장했다. 지중해 동쪽에서 온 최초의 신석기 시대 정착민이 기원전 4,500년 영국 남부해안에 상륙했다. 그들의 밀・보리 씨앗주머니에 영국에 없는 잡초 씨앗들이 섞여 있었다. 뒤러의 〈들풀Turt〉은 잡초 군락의 첫 초상화로 유럽 최초의 진정한 자연주의적 꽃그림으로 인본주의적 태도를 알렸다. 치유식물에 관한 정보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1세기에 그리스어로 쓰인 페디아노스 디오스쿠리데스의 『약물지』 였다.
약징주의藥徵主義(병이 발생한 신체 기관과 비슷하게 생긴 식물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는 눈에 띄는 주술적 영향을 걷어내고 기독교의 권위가 부여된 공감 주술이었다.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100여 종의 야생식물이 언급되었다. 시인 존 클레어의 첫 시집 『전원생활과 풍경 서술의 집』은 야생화와 잡초에 관한 생생하고 친밀한 글들이었다. 에트나 화산지대에서 자라는 금방망이로 알려진 데이지가 옥스퍼드 대학교에 자리 잡은 것을1794년 식물학과 교수 존 시브토프가 공식 기록했다. 큐 왕립식물원은 작은 별꽃아재비 표본을 1793년 맡았는데, 1860년대 식물원을 빠져나와 영국 대부분을 서식지로 삼았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덴마크 스커비츠는 1980년대 중반부터 내륙철도선이 지나는 몇몇 지역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겨울 도로에 소금을 뿌리는 북쪽으로 슬쩍 진출했다.
우엉의 이미지들은 얀 바이난츠와 야코프 판 라위스달이 그린 몇 몇 풍경화의 구석에 희미한 모습으로 나타나며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에 처음 등장했다. 아일랜드 정원사 윌리엄 로빈슨의 『야생의 정원』은 잡초의 야생적 아름다움을 본 원예의 혁명적 생각이었다. 한 사람의 정원에서 잡초의 시위와 운은 개인의 취향과 편견, 가족의 전통, 일시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잡초를 침략자라 규정하지만, 한 장소에서 문화적 전통이나 유산으로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존재다. 제2차 세계대전의 상징적인 잡초는 분홍바늘꽃이었다. 런던대공습 후 해마다 여름이면 피폭지에 보라색 파도가 물결쳤다. 그 식물을 본 적이 없은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폭탄 잡초’라는 이름을 붙였다.
2007년에 나온 앨런 와이즈먼의 논픽션 『인간 없는 세상』은 인간이 사라진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묘사했다. 뉴욕에서 도시정비팀이 겨우 몇 달만 일을 소홀히 해도 중국 가죽나무가 급속히 자라 거리는 숲으로 변할 것이다. 잡초의 재빠르고 기회주의적인 생활방식은 토양을 안정시키고, 물의 손실을 막으며, 다른 식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더 복잡하고 안정적인 식물 체계의 전이 과정을 시작한다. 저자는 생태계를 편의에 따라 재단하고 낙인찍는 인간의 태도를 지적했다. “잡초는 자연의 생명, 그리고 진화 과정 그 자체가 우리의 문화적 개념들로부터 제한 받기를 거부한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렇게해서 그들은 우리가 경계선을 두고 나누어진 창조라는 바로 그 생각을 면밀히 바라보게 한다.”
식물학 저술가 마이클 폴란Machel Pollam은 '우리가 없으면 잡초는 생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작지와 잔디밭, 빈터를 만든 인간이 없어지면 잡초들은 대부분 곧 사라져버릴 것이다. 들판과 정원에서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덩굴식물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자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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