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탈성장 개념어 사전
엮은이 : 자코모 달리사․페데리코 데마리아․요르고스 칼리스
옮긴이 : 강이현
펴낸곳 : 그물코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는 개발독재가 낳은 급속한 경제성장은 독약이 든 성배이었는지 모르겠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후발자본주의 체제에 국가사회주의식 군부독재를 더한 세계사적 극한 실험의 현장이었다. 한국 젊은이들의 헬조선(지옥같은 한국), 이생망(이번 생은 망함)의 절망적 냉소는 경제적 부의 총량이 아니라, 분배가 문제라는 것을 가리켰다.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계급 간의 극단적 양극화였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세계가 공통으로 겪는 위기였다. 자본주의 체제의 성장에 대한 끝없는 욕구는 경제․사회․환경 위기가 심화되는 악순환이었다. 우파가 떠들어대는 성장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생산과 소비를 포함한 새로운 생활방식과 성장 없는 사회를 향한 다양한 대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탈성장’은 이러한 여러 설명을 포괄하는 전복적인 용어다. 『탈성장 개념어 사전』은 탈성장 사회의 핵심 개념들과 자본주의 모순을 넘어서는 다양한 대안들을 52가지 키워드에 담아 사전 형식으로 묶었다.
수많은 학자와 실천가들의 창의적 개념들과 용어들은 쉽게 압축적으로 제시되었다. 생태경제학자, 반공리주의자, 신 마르크스주의자, 정치 생태학자, 행동주의자, 나우토피아(now+utopia: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금 실현가능한 실천의 태도)인을 비롯한 여러 사회운동가와 활동가들의 탈성장이라는 단어 역사와, 탈성장에 관한 다양한 제안과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1장. ‘탈성장의 지적뿌리’는 탈성장과 관련된 학설을 소개했다. 경제학을 인식론적으로 상정하는 헤게모니를 비판하는 학파 「반공리주의」에서, 생물경제학 / 개발 비판 / 환경 정의 / 환경주의 / 사회적 메타볼리즘 / 정치생태학, 인구수가 일정하고 처리량의 비율이 꾸준한 - 처리량은 자연에서 원료를 추출하고 이용한 뒤 다시 쓰레기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양 - 「정상 상태 경제」까지 8개의 개념어.
2장. ‘탈성장의 핵심’은 탈성장 관점에서 성장을 비판할 때 쓰이는 핵심 개념을 담았다. 사회제도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긴장관계 속에 있는 「자율성」에서, 자본주의 / 돌봄 / 상품화 / 상품 개척 경계 / 공유물 / 공생공락 / 비물질화 / 데팡스 / 탈정치화 / 재앙 교육 / 엔트로피 / 에머지 / 국내총생산(GDP) / 성장 / 행복 / 상상계의 탈식민화 / 제본스의 역설(리바운드 효과) / 신맬서스주의자 / 석유 정점 / 단순성 / 성장의 사회적 한계, 시민들이 정부의 일에 중재 없이 직접 그리고 꾸준히 참여하는 대중적인 자치 형태의 「직접 민주주의까지」23개의 개념어.
3장. ‘탈성장의 행동’은 구체적인 제도적 대안과 탈성장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예시를 실었다. 농업적 배경은 없지만 농업에 바탕을 둔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해 온 활동가 또는 신농촌주의자들의 「‘다시 땅으로’」에서, 기본소득과 최대소득 / 공동체 통화 / 협동조합 / 부채 감사 / 디지털 공유물 / 불복종 / 생태 공동체 / 인디그나도스(점령) / 일자리 보장 / 공공 자금 / 신경제 / 나우토피아 / 탈정상 과학 / 노동조합 / 도시 텃밭, 탈성장을 실천한다면 모든 노동자의 업무를 줄임으로써 노동을 나누고, 일부 노동자의 실업을 피할 수 있는 「일자리 나누기」까지 17개의 개념어.
4장. ‘탈성장의 연맹’은 탈성장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느슨한 관계의 학설, 운동, 개념 네 가지를 설명했다. 기존 개발에 관한 아이디어를 비판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대안을 의미하는 남미에서 탄생한 용어 「부엔 비비르」, 인도 철학자․경제학자 쿠마라파(1892-1960)가 제시한 작은 마을의 산업과 자급자족 농업을 돕는 민주주의를 세우는 「영속의 경제」, 여성의 생물적 성 차이를 자주적인 주체로 바라보는 「페미니스트 경제학」, 사람과 사람, 자연과의 상호 배려, 돌봄, 나눔을 통한 생명의 진작이라는 윤리적 원칙에 기반을 둔 아프리카 반투족의 철학 「우분투」까지.
책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탈성장 연구 학술단체 《연구와 탈성장》에 속한 많은 회원들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엮은이 생태경제․정치학자 자코모 달리사․페데리코 데마리아․요르고스 칼리스는 맺는글 「내핍에서 데팡스로」를 구호로 마무리했다. “공생공락의 탈성장이여 영원하길! 진지한 개인과 사회적 데팡스를 위하여!” 마지막은 생태경제학자 강수돌의 뒤표지 표사에서 끌어왔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궁핍이 아니라 오히려 내면의 풍요를 뜻하는 것처럼, 탈성장 역시 결코 종말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적 성숙을 촉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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