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나무예찬

대빈창 2023. 3. 24. 07:00

 

책이름 : 나무예찬

지은이 : 강판권

펴낸곳 : 지식프레임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지성사, 2002) /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글항아리, 2010) / 『세상을 바꾼 나무』(다른, 2011) / 『선비가 사랑한 나무』(한겨레출판, 2014) / 『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민음사, 2003)

 

『나무예찬』(지식프레임, 2017)은 나무인간 강판권의 내가 잡은 여섯 번째 책이었다. 부제 ‘나무에서 배우는 삶의 자세’가 말해주듯 성찰, 성장, 상생, 철학으로 나누어진 4개의 장에 41편의 글이 실렸다. 글을 시작하면서 나무인문학자는 “나무는 인간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존재다. 돈이 있든, 돈이 없든, 지위가 높든 낮든 상관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생명체다. 그래서 나는 나무를 통해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7쪽)고 말했다.

1부 ‘성찰하다’는 누구나 겪게 마련인 일상을 바탕으로 한 나무 이야기 11편을 담았다. 나무는 흔한 존재이다. 새로움은 낯선 공간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태도에서 발견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 곧 삶의 과정이다. 나무는 언제나 안에서 나이테를 만들면서 자신을 다스려 밖으로 드러낸다. 나무는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존재다. 나무에게 배운다는 것은 나무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처럼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는 어떤 경우에도 과정을 생략하지 않는다.

2부 ‘성장하다’는 저마다 다른 생존환경에서 나무들은 각자의 생존법으로 올곧게 성장한다. 9편의 이야기를 실었다. 진정한 융합은 담쟁이의 삶처럼,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다. 배롱나무는 꽃을 피울 가지를 만든 다음 꽃봉오리를 만들어 백일동안 차례차례 꽃을 피운다. 추운 날씨를 이겨내려 매화는 강한 향기를 풀어낸다. 갈잎나무는 매년 잎을 떨어뜨려, 새로운 모습을 만든다. 차나무가 열매와 꽃을 동시에 유지하는 힘든 과정을 거치는 것은 열매의 상태를 보고 어떻게 후손을 만들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3부 ‘상생하다’는 다른 존재와 협력하여 지혜롭게 살아가는 나무의 생존 방식에 대한 10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쥐똥나무 같은 떨기나무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8그루의 제주산천단 곰솔에서 나무가 하늘의 소리를 듣는 것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파트 단지의 잣나무․버즘나무를 자주 만나는 것은 생명체와 마주할 시간을 많이 가지려는 노력이다. 나무는 낙화 없이 열매를 맺지 못한다. 곧은 소나무처럼 출세한 자식들은 고향을 떠나 효도는커녕 부모를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지만 굽은 소나무처럼 출세하지 못한 자식은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선산과 부모를 지킨다.

4부 ‘철학하다’는 옛 성현의 사상과 문헌에 등장하는 나무 11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나무를 통해 모든 것을 꿰는 수이관지樹以貫之, 가장 나쁜 지식인은 자신이 배운 것을 세상에 아부하는 것 곡학아세曲學阿世, 장자의 반어법적인 처세술 무용지용無用之用, 나무가 잎을 만들 때, 꽃을 피울 때, 열매를 맺을 때를 잘 아는 것처럼 때에 맞게 행동하는 것 시중지도時中之道, 자신의 마음은 자신만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인한 사람은 대적할 자가 없다는 인자무적仁者無敵.

책장을 덮으며 나는 나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네 가지 사실을 갈무리했다. ‘살아있는 화석’ 메타세퀴아Metasequoia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37년 중일전쟁 때였으니 고작 100년도 안되었다. 인간이 은행나무의 수정 과정을 알게 된 것은 120년도 되지 않았다. 은행나무는 식물 중에서 아주 드물게 정자를 가졌고, 수정 기간은 지구상의 식물 중에서 가장 긴 3개월이었다. 200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왕가리 마타이 여사는 80-90년대 케냐 정부의 도심녹지개발을 목숨 걸고 지켰다. 1977-2010년까지 34년 동안 9,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케냐 정부는 2010년 8월, 숲의 비율을 10%까지 높이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다. 초간노자楚簡老子는 1993년 중국 호북성의 2,300년 전 초나라 무덤 곽점초묘죽간郭店楚墓竹簡(중국 전국시대 말기 대나무에 쓰여진 문헌)에서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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