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
지은이 : 박은순
펴낸곳 : 돌베개
고유섭, 이동주, 김원룡, 정양모, 최완수, 오주석, 유홍준, 이태호, 윤용이, 안휘준······. 미술사학자하면 얼핏 떠오른 인물들이다. 그동안 나는 우리 옛그림에 대한 책을 그런대로 잡았다고 생각했다. 표제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학고재신서〉로 출간된 이태호의 『조선 후기 회화의 사실정신』이었다. 여성 미술사학자 박은순朴銀順은 낯설었다. 군립도서관의 신간코너에서 눈에 띄어 집어 든 책이다.
640쪽의 양장본은 묵직했고, 239점의 컬러 도판이 독자를 조선 후기 회화사로 안내했다. 윤두서, 정선, 강세황, 김윤겸, 정수영, 이인상, 심사정, 허필, 김하종, 강희언, 김홍도, 김득신, 윤제홍, 이방운, 김응환······. 책에 실린 진경산수화 주요 작가들이다. 미술사학자는 서문에서 “조선 후기, 18세기에 그려진 실경산수화는 이전과 이후의 실경산수화를 구분하여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라고 말했다. 미술사학자의 오랜 연구를 집대성한 책은 6부로 구성되었고, 진경산수화의 전체상을 제시했다.
진경산수화의 유행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①탈주자학적, 현실적 가치관의 대두를 토대로 한 현실주의 ②정치사회적인 안정과 도시 경제의 성장으로 경화세족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상을 향한 완물玩物 취미 형성 ③물상物象 가운데 우주적인 이理를 표상하는 천기론天機論은 산수경물에 대한 관심의 증대 ④실경을 그리고, 기록하고, 감상하는 실경산수화의 전통.
진경산수화의 제재에서 ①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것은 명승명소도名勝名所圖 ②조선 후기에 새롭게 유행한 사대부와 선비, 여항인들의 사적인 모임을 재현한 야외아회도野外雅會圖 ③선비가 일상적으로 거주하거나 학문을 전수하는 공간을 그린 유거도幽居圖ㆍ정사도精舍圖, 교외나 전원 및 별장을 그린 별서도別墅圖 ④중국 주자학의 시조 주자(朱子, 1130-1200)가 경영한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떠 성행한 구곡도九曲圖. 공적公的 실경도實景圖는 국가나 관아에서 주관한 공적인 행사장면이나 절차를 기록하고, 중요한 사건 등을 전수하기 위한 그림. 기행사경도紀行寫景圖는 이름 높은 명승지나 유적지를 여행한 뒤 그 기행의 성과를 그림으로 재현.
진경산수화의 유형으로 ①천기론적 진경산수화는 18세기 전반경 겸재 정선이 정립. 천기론에서는 기위寄偉한 경치와 사람이 합일하는 천기유동天機流動을 경험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현장을 찾아가 경물을 직접 대한 뒤 묘사하는, 즉물사경卽物寫景 할 것을 요구 ②사의적寫意的 진경산수화는 18세기 중엽 선비화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사상과 가치를 담아낸 화풍으로 대표 작가는 심사정, 이인상, 정수영 등. 대상의 사실적 묘사와 재현보다 화가의 주관적인 해석과 감흥을 중시하고 사의성을 강조한 진경산수화 ③사실적寫實的 진경산수화는 새로운 개념과 기법의 서양화풍과 전통적인 산수화풍 및 남종화법을 융합, 대표 작가는 강세황, 김홍도, 강희언 등. 서양화법의 여러 요소 가운데 조선의 화단에서 가장 주목된 것은 한정된 시각을 전제로 형성된 일점투시도법.
표지그림은 걸작, 국보 제216호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다. 조선 최고의 화성畵聖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이 75세 때(1751년), 비가 온 뒤 자욱한 운무가 인왕산자락을 덮은 풍경을 그렸다. 강렬한 필치로 화면을 꽉 채운 화풍은 누구나 첫 손가락으로 꼽는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의 대명사였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 (1) | 2025.02.21 |
---|---|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 (4) | 2025.02.20 |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 (1) | 2025.02.18 |
옛 그림으로 본 조선 ③ - 경기ㆍ충청ㆍ전라ㆍ경상 (2) | 2025.02.17 |
옛 그림으로 본 조선 ② - 강원 (3) | 2025.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