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사랑은 탄생하라

대빈창 2025. 4. 25. 07:00

 

책이름 : 사랑으로 탄생하라

지은이 : 이원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시인 이원의 시집을 처음 잡았다. 한국 전위시의 계보를 이어온 시인. 서울예전 문창과 교수로 수많은 시인을 길러낸 시인 故 오규원(吳圭原, 1941-2007)의 수제자. 활자중독자답게 이곳저곳에서 얻어 들은 시인에 대한 풍문을 귓전으로 흘린 것은 ‘모더니즘’ 때문일 것이다. 나의 단순한 시적 이해력은 그동안 서정적 리얼리즘에 경도된 것이 사실이었다. 이번 시집도 두 달에 한번 이발을 하는 외떨어진 외포항에 갔다가 군립도서관 분관에서 집어든 시집이었다.

시인은 1992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유니크한 언어와 이미지로 현대 문명의 비인간화된 풍경, 그곳에서 낡아가는 삶과 실존적 방식을 날카롭게 해부’하여 왔다고 평가받았다. 차례는 ‘애플 스토어―밤낮―쇼룸―큐브―밤낮없이’ 소제목으로 이어지는 5개장의 장에 61시편을 묶었다. 시인·문학평론가 박상수는 해설 ·「희망을 꿈꾸는 천진한 행진」에서 “이원의 시적 자아는 슬픔과 고통을 전면적으로 감당하면서 동시에 그만의 방식으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영역까지 그것을 확장”(61쪽)시킨다고 했다.

시집은 ‘삶에 내재한 죽음과 고독의 심연을 직시하되, 유연한 상상과 자립적 이미지’를 그렸다고 한다. 특히 4장은 2014. 4. 16. 세월호 참사의 공동체적 비극을 다루었다. 시인은 말했다 “세월호 사고와 촛불집회를 겪으면서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의 마음에 온기가 사라졌다는 생각을 해 왔어요. 훼손된 마음을 온기로 회복시키기 위해 사랑이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기도 내지는 바람, 소망을 제목에 담았습니다.”

시집에는 동명의 제목을 가진 시편들이 반복되었다. 「애플 스토어」 4편, 「플라밍고」 2편, 「4월의 기도」 2편, 」「사월四月 사월斜月 사월死月」 3편, 「오늘은 천사들의 마지막 날」 2편.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은 월간 시전문지 『시인동네』의 제1회 〈시인동네문학상〉에 선정되었다. 마지막은 표제를 따온 행을 품은 「사람은 탄생하라」(133-136쪽)의 일부분이다.

 

사람은 절망하라 // 사람은 탄생하라 / 사랑은 탄생하라 // 우리의 심장을 풀어 다시 / 우리의 심장 / 모두 다른 박동이 모여 / 하나의 심장 / 모두의 숨으로 만드는 / 단 하나의 심장 // 우리의 심장을 풀면 / 심장뿐인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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