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대빈창 2026. 1. 29. 07:30

 

책이름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지은이 : 김기태

펴낸곳 : 문학동네

 

「세상 모든 바다」, ‘세모바, SMB'는 다국적 멤버 열한명으로 구성된 가장 성공한 케이팝 걸그룹이다. 월드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한국계 일본인 하쿠는 콘서트에 왔다. 그는 스물두살 때 자이니치 4세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일본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고 한국 대학원에 유학을 왔다. 굿즈 숍에서 고교생 영록을 만났다. 전쟁 참상을 고발하려는 대학생 동아리의 퍼포먼스가 테러로 오인되면서 참사가 벌어졌다. 비가 내려 미끄러운 주경기장 중앙계단에 인파가 몰리면서 허물어졌다. 죽은 아홉명 가운데 백영록이 있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 하쿠는 영록의 고향 해진을 찾았다. 그는 적막한 항구, 콘크리트 방파제에 서서 모두를 잇는 바다를 상상했다.

「롤링 서더 러브」, 37세 조맹희는 독신으로 수입운반사 마케팅 담당이다. 그녀가 운용하는 블로그 〈맹이의 대모험〉은 스물한살 때 이름을 붙였다. 고교 동창 리아는 비연애·비혼을 선언했다.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 〈솔로 농장〉에 출현한 그녀는 상대남자들보다 담당PD 우영이 마음에 들었다. 스페셜 데이트권을 쟁취했으나 남성 출연자와의 동반을 거부하고 혼자 등산을 했다. 마지막회 방송후 광화문 한 맥줏집에서 〈솔로 농장〉 19기 동기 뒤풀이를 가졌다. 맹희는 남성출연자 순무와 교제를 시작했으나 5개월만에 끝났다.

「전조등」, 그는 4형제중 막내였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 통계학과에 입학, 연극부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재벌 그룹에 입사했다.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에게 작고 비밀스런 해변에서 청혼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교통 체증으로 어두워졌고, 지방도로로 접어들었다. 작은 파열음에 차를 세웠고 오른쪽 전조등이 고장났다. 여성 왼발용 군청색 털고무신이 떨어져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반지를 건네면서 청혼했다. 도심지 작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서른아홉에 첫딸을 얻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역사적 사건과 이데올로기가 오늘을 살아가는 남녀청춘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이야기했다. 권진주와 김니콜라이는 중학교 때, ‘미납자’ 안내문이 든 흰봉투를 담임께 받았다. 진주는 외환위기로 부모의 불화속에서 성장했다. 니콜라이는 인종차별로 모스크바를 떠난 부모가 한국에 이주했을 때 뱃속에 있었다. 진주는 서울 변경 사년제 대학 행정학과에 다니면서 알바를 했다. 니콜라이는 러시아 고려인 4세로 냉동만두 공장에 취업했다. 둘은 경기 동남부 한 도시 주민센터에서 재회했다. 경기 서남부 한 도시에 도착,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 유튜브가 추천한 4시간51분 분량의 95개국 〈인터내셔널가〉 모음집을 들으면서 이삿집을 풀었다.

「보편 교양」, 2020년대 교육 현장의 균형잡힌 의식을 지닌 교사의 노력과 무력감을 다루었다. 마흔 살의 고교 교사 곽은 3학년 선택과목으로 ‘고전 읽기’를 개설했다. 열한권의 목록과 학습지, PPT 슬라이드를 만들고 미디어 자료를 찾았다. 수능과목이 아닌 고전읽기 수강 학생들을 절반이 엎드려 잤고 깨어있는 대부분도 수업을 외면했다. 네다섯명이 곽의 설명을 들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을 가르쳤다는 민원을 넣은 사람은 은재의 아버지였다. 은재는 목록의 한권, 『자본론』을 읽고 있었다. 곽은 자본주의의 탄생과 운동 법칙을 연구한 학술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은재는 일반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했다.

「로나, 우리의 별」, 고교 1학년 로나는 대국민 오디션 〈모두의 스타〉에서 십이주간의 치열한 서바이벌에서 우승했다.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최초·최고의 ‘선출직 스타’였다. 로나는 작사·작곡을 넘어 앨범 전체의 기획을 주도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대중성과 예술성 양면에서 인정받는 뮤지션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광고 시장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로나는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고, 재난 때마다 억대를 기부했다. 로나는 갑작스런 가십을 생산한 적이 없었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 성공한 뮤지션으로 라이프 스타일 아이콘으로 격상했다. 그녀는 수입의 90퍼센트 이상을 사회적 기업에 기부했다. 36세의 뮤지션 로나는 창당을 선언했다.

「태엽은 12와 1/2바퀴」, 바다와 마주한 게스트하우스 1층 구석에 괘종시계가 있었다. 그는 왼쪽 구멍에 태엽 열쇠를 넣고 열두바퀴 반을 돌리자 톱니에 걸리는 작은 소리가 났다. 파도가 높고 한적한 해안의 80년대는 은혜장이었다. 서핑하는 젊은이들이 몰려들면서 리모델링하고 은혜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은혜장 시절, 신혼여행와서 하루 묵었다는 사마귀가 연상되는 사내가 하루를 묵고 떠났다. 그는 축구공만한 크기의 검은 비닐봉투를 남겼다.

「무겁고 높은」, 송희는 카지노가 들어선 폐탄광촌의 고교3년 역도선수였다. 광부들은 떠났고 탄광문화체험촌이 들어섰다. 아버지는 탄광의 마지막 파업과 카지노 유치에 애를 썼다. 어머니는 카지노가 들어서고 얼마 안있어 집을 나가 기도원에 들어갔다. 승희의 기록은 96킬로미터에 머물렀다. 대회가 열린 모 군 체육센터, 아버지가 장내로 들어왔고 송희는 3차 시기에 도전했다. 100킬로미터에 실패했다. 인원 미달의 전문대에 합격했고, 졸업식을 며칠 앞둔 겨울방학, 송희는 마지막으로 역도장에서 100킬로미터에 도전했다. 실패했고 역도를 그만두었다.

「팍스 아토미카」, 정치적·윤리적으로 복잡한 결을 지닌 현대 세계의 길 잃은 청춘의 초상을 그렸다. 나는 카드키로 통제되는 오피스텔의 13층에 살았다. 세 군데의 정신과에서 자가 검진 설문서를 작성했다. 전형적인 강박증상과 높은 반추사고 성향과 약간의 우울증이 있었다. 대뇌 안쪽 기저의 미상尾狀핵은 전두엽으로부터 전달된 정보를 걸러내는 기능을 한다. 미상핵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안해도 되고 그만해도 될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한다. ‘팍스 아토미카Pax Atomica'는 2차 세계대전을 끝낸 폭발 이후 현재까지의 시대를 핵에 의한 평화라고 불렀다.

2020년대 가장 주목받는 작가의 첫 소설집은 아홉 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기태는 서른일곱 늦깍이로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등단이후 그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는 전업작가가 아니었다. 평범한 직장에 다니면서 밤에 글을 썼다. 문학평론가 이희우는 해설 「평범한 자는 들어오라」에서 말했다. “김기태의 소설은 우리가 평범한 일상에서 간과하는 평범함을 조명한다. 그것의 비일관성과 다면성을 단순화하거나 과장하지 않으면서 말이다.”(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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