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

대빈창 2026. 2. 6. 07:30

 

책이름 : 마중도 배웅도 없이

지은이 : 박준

펴낸곳 : 창비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8)

『마중도 배웅도 없이』(창비, 2025)

 

첫째·두번 째 시집은 온라인 서적을 통해 손에 넣었고, 세 번째 시집은 군립도서관에서 대여했다. 시인 박준(朴濬, 1983- )은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일명 ‘미래파’ 시인들보다 나이·등단년도가 아래지만 그의 시집을 전부 잡았다. 나의 시적 취향 무게추는 서정성에 기울었다.

시인은 ‘일상의 소박한 순간을 투명한 언어로 포착하는 특유의 서정성’으로 시단의 인기스타였다. 첫째·두번 째 시집을 산 독자가 30여만명이나 되었다. 시인 이제니는 뒷표지 표사에서 말했다. “누구가를 기다리다 끝내 보내지 못한 사람, 보내고도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 그 모두를 위한 시집”이라고.

4부에 나뉘어 53편이 실렸다. 시편들은 하나같이 짧았다. ‘너는 팔월에 없는 사람이다’ 「팔월」(79쪽)은 한 문장이었다. 앞서 펴낸 시집들과 닿는 시로 「세상 끝 등대 5」, 「능곡 빌라 3」가 눈에 뜨였다. 문학평론가 송종원은 해설 「미안한 사람의 손에는 세상의 끝을 향한 약도가 쥐여 있네」에서 “세상 모든 존재의 안위를 염려하는 마음, 나에게 집중된 마음을 풀어내어 세상 끝 생명에게까지 힘을 보내는 자세 같은 것들, 내포하는 바가 너무 협소해서 ‘사랑’이라는 말로 담기 힘든 어떤 마음 등등을 기록한 시”(4쪽)라고 말했다.

시편 다음에 실린 산문 「생일과 기일이 너무 가깝다」에 시인의 발걸음이 닿은 열여덟 곳의 지명이 등장했다. 표제는 여기 ‘김해’편에서 따왔다. ‘마중은 기다림을 먼저 끝내기 위해 하는 것이고 배웅은 기다림을 이르게 시작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87쪽) 시인은 말했다. “시인이 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시는 샤우팅을 앉잖아요. 물론 나는 내적으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것이지만 이 소리가 타인의 귀를 찌르지 않는다는 거죠. 내 목청을 뚫고 찌르고 나온 것이지만 타인을 훼손하거나 방해하지 않아요.” 마지막은 「블랙리스트」(72쪽)의 부분이다.

 

몇해전 아버지는 자신의 장례에 절대 부르지 말아야 할 지인의 목록을 미리 적어 나에게 건넨 일이 있었다 (……) 몇은 일가였고 다른 몇은 내가 얼굴만 알거나 성함만 들어본 분이었다 “네가 언제 아버지 뜻을 다 따르고 살았니?”라는 상미 고모 말에 용기를 얻어 지난봄 있었던 아버지의 장례 때 나는 모두에게 부고를 알렸다 빈소 입구에서부터 울음을 터뜨리며 방명록을 쓰던 이들의 이름이 대부분 그 목록에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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