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지은이 : 고선경
펴낸곳 : 열림원
문단에도 아이돌이 있을까? 굳이 꼽으라면 남자는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의 박준, 여자는 『샤워젤과 소다수』(문학동네, 2023)의 고선경일 것이다. ‘MZ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고선경(1997- )은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등단한 지 이듬해에 펴낸 데뷔시집은 16쇄를 찍었고, 3만부나 팔렸다. 규모가 열악한 시집 출판시장에서 놀라운 판매부수였다. 시인은 힘을 얻어 ‘전업 시인’으로 나섰다. 두 번째 시집은 ‘시-LIM 시인선’의 첫 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내가 알기로 ‘시인선’ 시리즈에서 여성 시인이 첫 주자로 나선 것은 ‘걷는 사람 시인선’의 『해자네 점집』의 김해자에 이어 두 번째였다.
'-림LIM숲'은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자 이전에 없던 명사로 새로운 신조어였다. ’시-림LIM'은 문학웹진 LIM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시인선 시리즈였다.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다양한 풍경을 가진 시를 소개할 것이라고 한다. 첫 시집에 이어 ‘유머와 재미, 솔직한 고백 속에서 빛나는 진심, 용기와 사랑을 여전히 간직한 채로 한층 더 깊어진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모든 일이 시작되기 전」(113쪽)은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가장 짧은 시였다. 표제는 「폭설도 내리지 않고 새해」(30-34쪽)의 16연에서 따왔다. 무수한 별, 아름다움 / 어둠 속에서 맑은 물이 쏟아지는 소리 / 사람의 것과 사람의 것 아닌 아름다움 /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문학평론가 소유정은 해설 「크로셰 메모리」에서 ‘끝과 시작을, 과거와 미래로 횡단하여 기억의 시간을 뜨는 시’(173쪽)이라고 했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51편이 실렸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 시 「신년 운세」(12-15쪽)의 부분이다.
나는 남을 돕는 팔자라고 그랬다 / 그렇게 말한 사주쟁이가 한둘이 아니다 // 잘 봐 / 내가 얼마나 쉽게 슬퍼하는 사람인지 / 얼마나 화를 잘 내는지 // 나를 슬프게 만들면 반드시 불행해질 거야 // 슬플수록 사나운 표정을 짓게 되는 내가 있고 / 사나운 표정을 해명하고 싶어 하는 내가 있다 // 행운의 색깔은 하늘색 / 오늘 내가 가진 물건 중 하늘색은 하나도 없네 // 누군가는 모든 게 나의 조급함 때문이라고 그랬다 또 다른 누군가는 힘들어도 꼭 이루어질 테니 기쁨이라고 // 제일 친한 친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 마흔 살 되면 다 해결될 건데 뭐가 문제? // 대기만성보다는 만사형통 / 만사형통보다는 만사대길이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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