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무락 2

가무락 맑은탕이 밥상에 오르려면

아침부터 날씨가 고약했다. 섬의 봄 날씨는 변덕이 유달랐다. 강풍으로 풍랑이 심했다. 용케 아침 7시 주문도 느리항 1항차 삼보12호가 출항했다. 섬에 더불어 진군한 안개와 황사로 대기가 뿌옇다. 빗줄기마저 오락가락했다. 2항차 11시배는 결항되었다. 점심이 지나면서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바람은 여전히 거셌다. 몸에 밴 낮잠에서 깨어났다. 바지락 채취를 할지도 모르겠다. 감나무집 형수가 며칠 전부터 갯벌 일을 나간다는 소식을 어머니한테 들었다. 앞장술 해변으로 향했다. ‘장술’은 모래가 쌓여 백사장이 길어 파도를 막아 주는 언덕이라는 뜻이었다. 주문도 큰마을 진말의 앞뒤 해변의 이름이 앞장술, 뒷장술이었다. 마침 ‘박사장’이 제방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섬에서 평판이 좋은 양반이었다. 주문도에서..

세물에는 꾸서라도 눈을 뜬다

위 이미지의 조개는 가무락입니다. 가무락이 바닷물에 담겨 거품을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가무락의 표준어는 모시조개로 대합과에 속하는 이매패류입니다. 조개껍데기가 검다고 해서 가무락이라고 흔히 부릅니다. 가무락은 맑은 국이 일품입니다. 아무 양념 없이 대파와 청양고추 한두 개 썰어 넣으면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이 밥 한 그릇 뚝딱입니다. 주문도에 삶터를 내리면서 자주 밥상에 오르는 국거리입니다. “오늘이 세물야, 가무락이 꾸서라도 눈을 뜬데지.” 아랫집 할머니 손에 조개 담을 망과 호미가 들렸습니다. 여기서 세물은 물때를 말합니다. 지구의 원심력과 달과 태양의 움직임으로 바닷물은 계속 움직입니다. 달의 주기에 맞추어 바닷물도 보름을 주기로 변합니다. 지구는 24시간에 한번 자전하는데, 달은 지구를 24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