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세물에는 꾸서라도 눈을 뜬다

대빈창 2013. 7. 5. 06:04

 

 

 

위 이미지의 조개는 가무락입니다. 가무락이 바닷물에 담겨 거품을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가무락의 표준어는 모시조개로 대합과에 속하는 이매패류입니다. 조개껍데기가 검다고 해서 가무락이라고 흔히 부릅니다. 가무락은 맑은 국이 일품입니다. 아무 양념 없이 대파와 청양고추 한두 개 썰어 넣으면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이 밥 한 그릇 뚝딱입니다. 주문도에 삶터를 내리면서 자주 밥상에 오르는 국거리입니다.

 

“오늘이 세물야, 가무락이 꾸서라도 눈을 뜬데지.”

 

아랫집 할머니 손에 조개 담을 망과 호미가 들렸습니다. 여기서 세물은 물때를 말합니다. 지구의 원심력과 달과 태양의 움직임으로 바닷물은 계속 움직입니다. 달의 주기에 맞추어 바닷물도 보름을 주기로 변합니다. 지구는 24시간에 한번 자전하는데, 달은 지구를 24시간 49분마다 공전을 합니다. 그래서 물때 변화는 전날과 49분 편차가 납니다. 음력으로 매달 1일과 15일이 바닷물이 많이 밀고 드는 사리 물때이고, 8일과 23일은 바닷물 높낮이가 그다지 차이가 없는 조금 물때입니다. 물때 순서는

일곱물(사리) → 여덟물 → 아홉물 → 열물 → 열한물 → 한객기 → 두객기 → 조금 → 무쉬 → 한물 → 두물 → 세물 → 네물 → 다섯물 → 여섯물 입니다.

고물 지프의 시동을 겁니다. 대빈창 해변에서 무인도 분지도가 가까운 제방에 어머니와 아랫집 할머니를 내려 드렸습니다. 물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어머니는 빠지는 바닷물을 따라 가면서 갯벌의 가무락 눈을 살핍니다. 갯벌 속의 가무락이 숨쉬기 위해 내놓은 숨구멍입니다. 세물 때 가장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눈이 보이면 호미로 갯벌을 뒤집니다. 물이 들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조개망을 챙그려 갯벌을 걸어 나오십니다.

물이 맑은 조금 때 선창에서 말통으로 떠 온 바닷물을 함지박에 붓습니다. 그리고 가무락을 담급니다. 모래뻘에 사는 상합과는 달리 갯벌에 사는 가무락은 해감을 시킵니다. 하루 쯤 바닷물에 담가두면 가무락은 몸 안의 뻘을 모두 게워냅니다. 뚝배기의 가무락이 끊습니다. 밥통을 열고 김이 설설 나는 하얀밥을 공기에 고봉으로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