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얘기입니다. 아차도에 황새 한 쌍이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런데 동쪽바다에 매 두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또 서쪽에 독수리가 터를 잡았습니다. 황새는 독수리를 찾아가 동쪽의 매를 쫓아 달라고 부탁 하였습니다. 그러자 독수리가 “그러면 너는 무엇을 나에게 줄 것이냐”고 되물었습니다. 황새는 생선 잡는 재주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독수리는 동쪽 산에서 날마다 매를 지켰고, 황새는 날마다 생선을 잡아 널어놓았습니다.
황새가 살던 곳이 ‘황새지’이고, 매가 살던 곳은 ‘매여’이고, 독수리가 살던 곳은 수리봉과 쇠수리 입니다. 황새가 생선을 잡아 널어놓던 곳은 너배(널배)이고, 매가 황새를 따라 다니지 못하게 수리가 지키던 곳은 딸매입니다. 지금도 두 매녀 때문에 꿩이 들어오질 못해 아차도에 꿩이 없다고 합니다. 아차도 최재석 리장님이 들려주신 아차도의 지명유래입니다.
강화문화원에서 펴낸 ‘江都地名考’를 들추었습니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독수리가 살던 수리봉은 볼음도와 아차도사이 좁은 해협을 지키는 커다란 바위섬입니다. 그리고 매가 살았던 여는 아차도 꽃치와 주문도 사이의 바다에 있는 두 개의 여를 말합니다. 여는 물이 밀면 물속에 가라앉아 보이지 않고, 물이 썰면 나타나는 바위를 이릅니다. ‘큰매여’와 ‘작은매여’가 물이 썰면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생김이 매를 닮아 이름 붙였습니다. 그리고 아차도에 아직 너배다리가 있습니다. 수리봉에서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너럭바위 여와 아차도를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물이 빠지면 섬 주민들은 너배다리를 이용하여 여에 건너 가 소라와 돌게를 잡습니다.
골안개가 밀려들면서 꽃치를 감싸고 있습니다. 행정선과 선외기가 한가로이 바다에 떠 있습니다. 또 다른 이는 아차도의 꽃치 생김이 꿩이 알을 품은 형국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꿩은 매가 무서워 알을 까고 나서 세상에 나설 수가 없습니다. 골안개가 꽃치를 휘감았습니다. 바다의 두 마리 매는 꿩을 볼 수 없습니다. 둥지를 벗어나려는 새끼 꿩이 안개 속에서 날개를 퍼덕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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