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작은 섬 볼음도의 모내기도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볼음도는 서도 군도(群島) 4개의 유인도 중 가장 큰 섬입니다. 논 면적은 55만평에 달하지만 주민 수는 고작 250여명에 불과합니다. 고령화된 농촌 일손은 영농을 기계화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 이미지의 모내는 기계가 승용이앙기입니다.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면 하루 만평을 너끈히 모내기합니다. 어릴 적 품앗이 손모시절, 가장 노련한 일꾼이 하루 손모를 낼 수 있는 면적이 200평에 불과합니다. 이앙기 한 대가 50명의 노련한 일꾼 몫을 해치웁니다.
농촌공동체가 살아있어야 손모는 가능합니다. 먼동이 터오면 일꾼들이 모내는 집에 모여 이른 아침을 먹고 못자리로 향합니다. 손모를 찌고, 모쟁이들이 모춤을 논배미로 나릅니다. 일꾼들의 손에서 모춤이 떨어지지 않을 간격으로 무논에 던져 놓습니다. 본격적인 모내기가 시작됩니다. 연장자 두 분이 못줄을 잡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줄 앞에 늘어서서 엉덩이 뒤의 모춤을 묶은 지푸라기를 끌러 손안에 쥡니다. 장줄을 잡은 어르신네의 구령에 맞춰 줄을 넘기고 손모를 냅니다. 허리가 끊어질 것 만 같습니다. 눈길은 자꾸 마을 어귀로 향합니다. 멀리 동네 아낙네들이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일렬로 논두렁을 밟으며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참입니다.
출아실에서 싹을 틔운 모판을 못자리에 앉입니다. 요즘 못자리는 투명비닐대신 부직포를 사용합니다. 통풍이 가능하고 못자리 관리가 편하기 때문입니다. 한 달동안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 모판을 본답으로 옮깁니다. 모판 한 상자가 10평 기준입니다. 한 사람이 논두렁의 모판을 집어 승용이앙기의 일꾼에게 건넵니다. 이앙기에 최대한 모판을 많이 싣습니다. 논배미를 종으로 가르는 이앙기의 왕복으로 무논에 파란 모들이 심겨집니다. 새참은 미리 농협마트에서 사온 빵과 우유로 때웁니다. 점심은 농로에 세워 두었던 트럭을 몰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림의 풍경에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아니 이앙기에 두 사람이 타고 있다니······. 볼음도는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약 40여 만 평이 화학비료와 농약을 일체 치지않는 유기농법입니다. 생산된 볏짚을 고스란히 논으로 돌려주자 땅힘이 되살아났습니다. 지력이 강해지자 벼포기가 굵고 튼실해졌습니다. 농부들은 이런 우스개 소리를 합니다. “볏대를 씹던 멸구가 이빨이 다 부러져 도망가 버렸다고.” 더불어 농약이 사라지자 늑대거미를 비롯한 논에 사는 생물종들이 터를 잡고 해충들을 물리쳤습니다. 유기농법은 논의 잡초를 어떻게 잡느냐는 것이 농사의 첩경입니다. 볼음도 안골은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지은 지 15년이 된 베테랑들입니다. 잡초를 잡는 일꾼은 우렁이입니다. 엄지손톱만한 우렁이들을 300평당 5 ~ 7kg을 논에 골고루 뿌려 주었습니다. 점점 일에 요령이 생겼습니다. 모내기를 끝내고 물이 깊은 곳에 우렁이를 풀었습니다. 녀석들은 알아서 논배미 구석구석 퍼져 나갔습니다. 지금은 이앙기로 모를 내면서 우렁이를 논에 투입합니다. 운전대를 잡지 않은 한 사람은 모가 심겨진 논에 우렁이를 방생(?)하고 있습니다. 유기농법 우렁이 투척의 진화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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