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 - 농촌에서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하여 마을 단위로 둔 조직.
품앗이 - 마을 공동체에서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서로 간에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
코뮨 -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인 연합체.
육묘 상자가 산처럼 쌓였습니다. 오늘은 볍씨 파종을 하는 날입니다. 대빈창 들녘의 다랑구지 논들은 모두 12만평입니다. 모판 한 상자는 모내기 면적 10평을 잡습니다. 12,000개의 상자에 볍씨를 파종해야 합니다. 농가별로 모판과 볍씨 그리고 상토를 준비합니다. 일년 중 가장 일손이 많이 필요한 날 입니다. 볍씨 일괄파종기 두 대가 나란히 놓였습니다. 할머니가 파종기 입구에 육묘상자를 일렬로 넣습니다. 일손을 덜기 위해 트랙터에 상토자루가 매달렸습니다. 육묘상자에 상토와 물 그리고 볍씨와 복토가 차례로 담깁니다. 파종된 상자를 파렛트에 쌓고 비닐로 포장 합니다. 뒤로 보이는 미닫이문이 열린 조립식 건물이 출아실입니다. 지게차로 차곡차곡 쌓습니다.
파종할 볍씨를 준비하는데도 여러 날 농부들의 손이 갑니다. 먼저 무게가 나가는 충실한 종자를 얻으려면 소금물가리기를 하여 가라앉은 볍씨를 선별합니다. 가린 볍씨를 살균제와 살충제를 희석한 물에 담가 소독합니다. 발아기의 물 온도를 30℃를 유지하여 48시간 담가 둡니다. 이렇게 육묘상자에 파종된 볍씨는 출아실에서 싹 키우기를 합니다. 30℃의 암흑에서 2 ~ 3일간 지내면 싹이 5 ~ 10mm 정도 자랍니다. 이제 못자리를 꾸며야 합니다. 싹튼 육묘상자를 논바닥에 앉히고 부직포를 덮습니다. 잘록병, 뜸묘, 백모, 들뜬모 등 어린모가 아프지 않도록 농부들은 한달간 애지중지 못자리를 돌봅니다. 모잎이 4 ~ 5매 되었을 때 모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흐린 날 부직포를 벗겨 줍니다. 이제 이앙기로 모를 낼 때가 되었습니다.
볍씨담기 품앗이 일손의 막내가 환갑이 다되어가는 나이십니다. 저는 비관적입니다. 이십여년 뒤 대빈창 들녘은 품앗이 일손을 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기울음 소리가 그친 지 오래입니다. 저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누가 섬의 논을 지키겠습니까. 섬학교는 줄어드는 학생들로 폐교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 땅의 역대 농정은 한마디로 살농(殺農) 정책 이었습니다. 이 땅이 자랑하는 ‘한강의 기적’은 농부들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할 수밖에 없는 저곡가 정책과 농부의 아들과 딸이 도시빈민으로 내몰려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저임금으로 등골을 빼먹은 결과물 입니다. 이제 그 무자비한 린치도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농촌이 붕괴되었기 때문입니다. 일흔을 넘긴 꼬부랑 농부들이 도시로 내몰린 시퍼런 젊은이들 이십여명을 먹여 살리는 추악한 몰골이 이 땅의 모습입니다. 이제 갈 데까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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