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섬은 까마귀가 흔하다

대빈창 2013. 3. 22. 06:39

 

 

 

오비이락(烏飛梨落) - 어떤 일이 마침 다른 일과 공교롭게 때가 같아 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을 받거나 난처한 위치에 서게 됨.

오합지졸(烏合之卒) - 임시로 모여들어서 규율이 없고 무질서한 병졸 또는 군중.

반포지효(反哺之孝) -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의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을 이르는 말.

 

까마귀하면 바로 연상되는 사자성어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새가 까마귀입니다. 기분 나쁘게 온 몸이 온통 검은데다 생김새마저 추하고, 울음소리마저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주문도는 까마귀가 흔합니다. 아니 많은 새들이 작은 섬의 허공을 배회합니다. 오목눈이, 텃새, 멧새, 박새, 참새, 곤줄박이, 직박구리, 까치까지. 등산화 끈을 조이는 데 이른 아침부터 까마귀 울음소리가 요란합니다. 대빈창으로 향하는 고갯길 앞산에 까마귀들이 떼로 모였습니다. 참나무의 헐벗은 나뭇가지 꼭대기에 녀석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중 몇 마리가 날아올라 공중을 선회하더니 봉구산 방면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잡식성인 까마귀는 보통 추수가 끝난 들녘의 알곡을 주워 먹습니다. 하지만 놈들은 동물의 사체도 탐합니다. 올 겨울은 눈이 자주 내렸습니다.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자 다랑구지 들녘을 가로지르는 포장 농로의 눈 속에 파묻혔던 고라니 사체가 드러났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논 가운데 죽어있던 고라니를 논 주인이 시멘트 포장길로 끌어냈다고 합니다. 농로를 따라 서있는 전봇대에 걸쳐진 전깃줄에 놈들이 새까맣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놈들은 내장부터 파먹기 시작했습니다. 고라니의 억센 털을 부리로 잡아 뽑아 살을 드러냈습니다. 까마귀는 탁월한 청소 동물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함께 지켜보던 옆집 아저씨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오전에 잡은 까마귀는 마리 당 30만원이래. 돈이 있어도 구할 수도 없대. 만병통치약이지만, 특히 중풍에는 직방이래.”

병실에서 떠도는 소문을 일러 주었습니다. 그는 며칠 전 병원에서 퇴원했습니다.

“아니, 왜 꼭 오전 까마귀만 이래요.”

“까마귀는 오전에만 쓸개가 있고, 오후에는 없어져서 그렇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