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알을 낳는 시기는 2월에서 7월까지이고 한 배 산란 수는 4 ~ 8개이다. 새끼는 알을 품은 지 12 ~ 14일이면 깨어나고 깨어난 지 13, 14일 만에 둥지를 떠난다. - '우리 새 백가지'에서 -
“누구네 집 고치나 보다, 며칠 째 이게 날라 오네.”
날이 풀리자 바깥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시던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헹군 빨래가 담겨진 함지박에 하얀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잔뜩 떴습니다. 우리 집은 봉구산 자락에 바투 붙어 언덕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어르신네들께서 말씀하십니다. ‘집이 바람꼬지라고.’ 밤새 바람이 분 날 아침이면 밭가에 비닐봉지나 포대가 어지러이 널려 있습니다. 당연히 어머니는 수돗가 함지박에 떠다니는 흰 알갱이들이 어딘가에서 바람에 불려 왔을 것이라 생각하셨습니다.
“에게, 요 놈들 짓이었네.”
어머니가 손짓으로 저를 불렀습니다. 깔방석에 앉아 빨래를 주무르시는 어머니 머리 위에서 참새 두 마리가 요란스럽게 짹! 짹! 거립니다. 위 이미지는 우리 집 뒤울안입니다. 푸른 잎의 사철나무와 잎을 떨 군 키 큰 감나무와 낮은 키의 명자나무가 보입니다. 반사경 기둥 앞 감나무 가지에 참새 한 마리가 앉았습니다. 제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한 마리는 재빠르게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사진에 낙숫물 홈통이 두 개 보입니다. 모서리 벽의 슬라브 옥상에서 내려오는 가는 홈통과 조립식 판넬 덧처마의 굵은 홈통입니다. 우리 집 바깥 수돗가는 슬라브 옥상에서 내려오는 낙숫물 홈통에 붙어 있습니다. 가는 홈통에 잇닿은 판넬 모서리가 벌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신혼 참새가 공사 중인 보금자리의 입구입니다. 조립식 판넬은 스티로폼을 샌드위치처럼 강철이 감쌌습니다. 참새 두 마리가 스티로폼 알갱이를 부리로 파내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추운 겨울밤이면 동네 형들의 참새잡이에 따라 나섰습니다. 초가집 처마 둥지에 손전등을 비추며 손을 들이밀면 여지없이 참새들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콩닥거리던 작은 몸뚱이의 떨림과 여린 생명의 온기가 손안에 느낌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초가집이 사라진 시골 풍경. 참새의 집짓기는 고달파졌습니다. 작은 부리로 스티로폼 알갱이를 쫄 수밖에 없습니다. 녀석들의 고달픈 집짓기 공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녀석들을 위해 저는 발소리를 죽이며 뒷걸음질 쳤습니다. 아무쪼록 녀석들이 알을 까고, 무사히 새끼를 부화시키기를 마음속으로 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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