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2

대빈창 억새

위 이미지는 24절기 가운데 한로와 입동 사이에 드는 열여덟 번째 절기 상강霜降을 며칠 남긴 대빈창 억새이다. 상강은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고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의 계절이다. 아침 산책에서 물 빠진 갯벌에서 쉬고 있는 고단한 기러기들의 애먼 날갯짓이 미안해 발길을 돌려 반대방향 제방을 탔다. 제방 끝은 마을공동어장 구라탕으로 내려서는 길목이었다. 바람에 쓸려 온 모래가 쌓여 작은 둔덕을 이루었고 억새가 뿌리를 내렸다. 제방 끝은 월파벽 공사를 막 끝내 토목 자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포클레인이 빈 공터를 차지했고, 거푸집이 차곡차곡 쌓였다. 일을 끝내고 뭍으로 나간 인부들이 고마웠다. 그들은 억새 한 포기 건드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흔히 억새와 갈대를..

기러기 날아오르다...

해짧은 겨울은 벌써 사방에 어둠의 커튼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올 겨울은 눈이 흔합니다. 겨울 들어 내내 쌓인 눈이 섬을 온통 하얗게 덮었습니다. 집 뒤 봉구산 자락을 따라가는 옛길입니다. 산자락의 경사는 밭이고 길 아래는 바다까지 다랑구지 논들이 이어집니다. 교교한 달빛아래 길가의 갈대들이 흰머리를 풀어 헤치고 키를 늘였습니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는 곳에서 날개 짓 소리가 점차 고조되더니 끼오륵 ~ ~ 꺄륵 ~ 요란한 울음소리가 밤하늘에 울립니다. 기러기들이 일제히 날개를 펴고 하늘로 떠올랐습니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었던 기러기들이 어느새 V자 편대를 이루어 밤하늘을 가로 지릅니다. 녀석들의 안온한 휴식을 제가 방해 놓았습니다. 기러기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신경이 아주 예민합니다. 인기척이 느껴지면 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