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3

찔레를 품은 감나무

주문도 봉구산 초입 산비탈에 찔레꽃이 한창입니다. 하얀 찔레꽃이 필 무렵이면 비 구경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찔레꽃이 필 때 비가 세 번만 오면 풍년이 든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 봄가뭄은 도가 지나칩니다. 5월 강우량이 예년의 1/10에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밭에 심겨진 작물들이 참을 수 없는 갈증에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습니다. 찔레는 장미과 장미속에 속하는 낙엽성 관목입니다. 찔레라는 이름이 생긴 유래로 꽃이 예뻐 가지를 꺽다가는 영락없이 가시에 찔리게 되므로 ‘찌르네’가 찔레로 변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이들은 누구나 찔레순을 먹었습니다. 봄철에 새순이 트면 연한 순 껍질을 까서 씹으면 들쩍지근한 맛이 달콤해, 궁한 시절 아이들의 좋은 군것질거리 였습니다. 저는 찔레꽃을 생..

겨울 감나무는 텃새들의 식량창고다

늙은 감나무가 모든 잎을 떨구고, 까치밥만 잔뜩 매달았습니다. 봉구지산 자락에서 최대한 줌인으로 잡은 이미지입니다. 서도교회가 감나무를 배경으로 바싹 다가섰습니다. 작년 겨울은 20년 만에 주문도 앞바다에 얼음이 날 정도로 추웠습니다. 감나무는 추위에 약한 과수 중의 하나입니다. 봉구지산을 등지고 바다를 앞마당으로 삼은 느리 마을 중앙에 자리 잡은 감나무는 수령이 50살 정도 되었습니다. 쌓인 연륜만큼이나 슬기롭게 추위를 이겨내고 가지가 부러져라 홍시를 잔뜩 매달았습니다. 추위를 이기지 못한 감나무는 겨울을 나면 고욤나무로 변합니다. 우스개 소리가 아닙니다. 개량종 감나무는 고욤나무 대목으로 접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접을 붙인 감이 달리는 줄기가 동해로 얼어 죽으면, 추위에 강한 고욤나무 대목에서 새로운..

감나무 벗어 제끼다

저 먼 아랫녘을 지나는 태풍 말로의 입김이 여기 강화도까지 미칩니다. 바람이 전깃줄을 훑고 지나가는 소리가 귓전을 울립니다. 집 뒷편 봉구산의 바람소리는 쉬지않고 휘이잉 ~ ~ 겨울 삭풍처럼 울어대고, 창밖 바다를 건너오는 바람은 채찍을 휘두르는 것처럼 휙 휙 날카로운 소리를 규칙적으로 내 지릅니다. 남해바다를 휭으로 통과하여 대한해협을 빠져 나가는 태풍의 영향이 이 정도입니다. 태풍을 직접 겪는 남도 농민들의 애타는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강화도는 곤파스에 크게 당해 그 아픔을 미리 겪었습니다. 수확을 앞둔 들녁은 찬란한 황금빛에서 처참한 침울로 무겁게 내려 앉았습니다. 반수가 도복이 되었습니다. 벼농사는 쓰러지면 반나마 건지면 다행입니다. 농민들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 들어갔습니다. 객쩍은 소리를 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