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돌이 13

뒷집 새끼 고양이 - 8

저녁 산책을 마치고 현관문을 밀쳤습니다. 어머니와 뒷집 형수가 마루턱에서 완두콩을 까고 계셨습니다. 형수가 뒷춤에서 간난 고양이를 꺼내 내밀었습니다. 마루가 미끄러운지 새끼는 자꾸 비틀거렸습니다. 이미지의 간난 고양이는 노순이 새끼입니다. 노순이는 달포 전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몸이 허약한 어미 때문인지 두 마리의 새끼는 눈도 못 뜬 채 죽었습니다. 새끼는 아빠 재순이를 닮았습니다. 검돌이도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뒷집 고양이는 이제 다섯 마리가 되었습니다.노순이는 뒷집 보일러실 종이박스에 새끼를 낳았습니다. 뒷집 형수는 재순이가 해꼬지를 할까, 노순이가 밖에 나오면 재빨리 미닫이를 닫았습니다. 우리집에 놀러 온 노순이가 어머니께 조릅니다. 어머니는 보행보조기를 끌고 나섭니다. 노순이가 ..

뒷집 새끼 고양이 - 7

봉구산을 넘어 온 햇살이 뒷울안을 비추었습니다. 이른 아침을 드신 어머니가 평상에 앉아 모닝커피를 드시며 고양이들에게 말을 걸으십니다. 녀석들은 한결같이 야 ~ ~ 옹, 야 ~ ~ 옹 말대꾸를 합니다. 재순이는 깔방석에 막 올라서고, 노순이는 무거운 몸을 웅크렸습니다. 계절 감각이 무딘 감나무는 새잎을 막 틔어냈고, 사철나무 잎은 코팅한 것처럼 윤기가 반들반들 합니다. 명자나무의 붉은 꽃잎은 바람결에 이리저리 휩쓸렸습니다.녀석들이 개명을 원치 않는 지, 아니면 녀석들이 자신의 이름에 개의치 않는 지, 그도 아니면 새로운 이름을 알아듣지 못할까 우려 때문인지, 아무튼 예전 이름을 그대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성별에 맞는 이름을 가진 녀석은 노순이 뿐입니다. 재순이는 수놈이고, 검돌이는 암놈이었습니다. 노순이..

뒷집 새끼 고양이 - 6

뒷집 새끼고양이 여섯 번째 글의 주인공은 검돌이입니다. 검돌이는 어른이지만 덩치는 여전히 새끼만합니다. 이제 녀석들은 한 주먹 크기의 새끼 고양이를 벗어나 쥐를 사냥하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녀석들은 한 배 형제입니다. 제가 성별 구분에 착각을 일으킨 것이 틀림없습니다. 가장 덩치가 큰 재순이를 어릴 적 뒷집 형수 말만 믿고 암놈으로 알았습니다. 녀석은 거대한 덩치에 걸맞게 수놈이었습니다. 비만 고양이로 전락한 녀석은 쥐 사냥은 뒷전이고 먹는 데에 온 정신을 쏟습니다. 오죽하면 뒷집 형이 이런 말을 다했겠습니까. “쥐는 안 잡고 쳐 먹기만 해.” 덩치 작은 암놈 노순이가 쥐 사냥의 일등 공신입니다. 녀석은 쥐를 잡으면 전리품을 주인에게 대놓고 자랑합니다. 우리 집 쥐는 우리 현관 문 앞에, 뒷집 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