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책 2

그 많던 기러기들은 다 어디 갔을까

나의 산책 코스는 알파벳 대문자 V자字 또는 빗살무늬토기의 바깥 면을 따라가는 형상입니다. 토기의 아가리에서 출발해 바깥 선을 따라 뾰족한 바닥에 닿으면 봉구산 자락의 고추밭입니다. 사람이 밭으로 일구기 전에는 봉구산에 내린 빗물이 한데 모여 바다로 쓸려나가는 계곡이었을 것입니다. 토기의 아가리 부분은 바다와 다랑구지 들녘을 경계 지은 제방입니다. 제방너머 푸른 바다를 볼음도와 아차도, 주문도 바우지가 삼각형으로 에워쌌습니다. 이미지의 다랑구지는 한 필지도 남김없이 가을갈이를 했습니다. 강화도․교동도․석모도 들녘은 커다란 비닐 물체가 시린 겨울 햇살을 튕겨내고 있었습니다. ‘볏짚 원형 곤초 사일리지’로 볏짚에 미생물 첨가제를 처리하여 비닐로 감싼 소사료입니다. 코로나 정국으로 인한 조사료 공급부족으로 소..

겨울 산책

5일 만에 아침 산책에 나섰습니다. 요즘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주문도의 일출시간은 7시 50분, 일몰 시간은 5시 40분입니다. 절기상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집니다. 해가 짧아지는 추운 계절이 돌아오면 산책을 실내운동으로 대신합니다. 주말이 돌아오면 해가 봉구지산을 넘는 늦은 시간에 산책을 나서게 됩니다. 기온이 다시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두건과 장갑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봉구산자락을 따라가는 산책길에 올라섰습니다. 옛길은 산자락을 일군 밭과 다랑구지 논의 경계를 지으며 해변으로 향합니다. 밭가를 두른 폐그물 울타리에 갇힌 고라니가 나를 보고 당황스런 뜀박질로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전세계적 희귀종으로 전체 고라니의 90% 이상인 10만개체가 한반도에 살아갑니다. 산책을 나설 때마다 눈에 뜨이는 고라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