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2

이젠 없는 것들 1

책이름 : 이젠 없는 것들 1지은이 : 김열규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책은 한국학의 거장 김열규(金烈圭, 1932 - 2013) 교수가 ‘글로 풀어낸 민속박물관’이었다. 1991년 정년을 6년 남겨두고 서강대 교수를 내려놓고, 인제대 교수를 받아들였다. 고향 경남 고성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고향의 자연 속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한 해 한 권 이상의 책을 펴내며 왕성한 필력을 과시했다. 『이젠 없는 것들 1, 2』는 저자가 세상을 떠난 해에 출간되었다.한국인의 질박한 삶의 궤적에 천착한 노학자는 열두 마당 백서른 두 가지 주제로 나뉘어 이젠 없어서 사무치도록 그리운 우리네 풍경과 정서들을 두 권의 책으로 묶었다. 사진작가 이과용은 2년여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103컷의 사진자료를 모아 현장감을 더..

막내고모부의 죽음 - 1

1947년 봄 / 심야 / 황해도 해주의 바다 /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 울음을 터뜨린 한 嬰兒를 삼킨 곳. / 스물 몇 해를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故 김종삼의 ‘민간인’이다. 어렵게 배가 떴다. 풍랑·강풍주의보 발효로 배는 주문도 앞바다에 이틀간 발이 묶였다. 13일 목요일 오후 3시에서 4시를 가고 있다. 외포리 포구에서 장례식장으로 가는 차안. 어머니가 말을 붙였다. “사람이 없다는 구나. 고모부가 피난민이라 외톨이어서 그렇구나.” 그때 나는 시를 떠올렸다. “옥상에서 어제 떨어졌다는구나.” 나는 아득해졌다. “그럼 자살하셨어요.” 누이는 어제 막내고모부의 부음을 알리면서 사실을 애써 내게 숨겼다. 장례식장은 썰렁했다. 아버지, 숙부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