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2

2018년 무술년, 다시 맑은 눈으로 세상을

2017년 경유년에서 2018년 무술년으로 넘어가는 연말연시 열흘 동안 저는 지독한 감기몸살로 대부분의 시간을 이불 속에서 보냈습니다. 발작적으로 터지는 기침. 목구멍을 가득 메워 숨쉬기도 곤란한 가래. 목안 깊은 곳의 유황 타는 냄새. 멍석말이를 당한 듯 옴 몸의 삭신은 쑤시고. 사시나무 떨 듯 흔들리는 육신.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들었습니다. 밤새 식은땀을 얼마나 흘렸으면 베개잇과 이불깃이 누렇게 찌들었습니다. 설상가상 찬바람이 일면 천식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복용하시는 한약을 며칠 거르자고 말씀하십니다. 어깨가 너무 아프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직감적으로 알아챘습니다. 독감이 어머니에게 옮겨간 것을. 도대체 불효도 이런 불효가 어디 있겠습니까. 열흘간의 지독한 고통을 떠올리면 어머니를 마주볼 수가 ..

2011.1.1 산행

이른 아침을 먹고, 마루로 올라서는 댓돌에 엉덩이를 걸치고 낡은 등산화의 끈을 조입니다. 산행을 눈치 챈 어머니가 한마디 하십니다. '대빈창으로 가지 그러냐.' 근래 내린 눈으로 산길이 미끄러울 것이라는 어머니의 염려스런 걱정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새해 첫 해돋이를 바닷가에서 맞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동해라면 모를까요. 서해에서는 오히려 한 해의 지는 해를 작별하는 것이 어울리겠지요. 그리고 저의 산행은 근 일주일을 머뭇거렸습니다. 연말의 계속되는 술자리와 퍼붓는 눈발로 산에 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입니다. 바다로 향하는 길을 버리고, 산길로 들어서면서 저는 서산대사의 선시 한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눈길을 처음 갈 때는 발자국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는. 하지만 산길에는 수많은 발자국이 어지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