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경유년에서 2018년 무술년으로 넘어가는 연말연시 열흘 동안 저는 지독한 감기몸살로 대부분의 시간을 이불 속에서 보냈습니다. 발작적으로 터지는 기침. 목구멍을 가득 메워 숨쉬기도 곤란한 가래. 목안 깊은 곳의 유황 타는 냄새. 멍석말이를 당한 듯 옴 몸의 삭신은 쑤시고. 사시나무 떨 듯 흔들리는 육신.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들었습니다. 밤새 식은땀을 얼마나 흘렸으면 베개잇과 이불깃이 누렇게 찌들었습니다. 설상가상 찬바람이 일면 천식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복용하시는 한약을 며칠 거르자고 말씀하십니다. 어깨가 너무 아프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직감적으로 알아챘습니다. 독감이 어머니에게 옮겨간 것을. 도대체 불효도 이런 불효가 어디 있겠습니까. 열흘간의 지독한 고통을 떠올리면 어머니를 마주볼 수가 없었습니다. 쉬는 날이지만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약을 지어왔습니다. 아침을 거르고 누워계신 어머니를 일으켰습니다. 무릎에 힘이 없으신 어머니의 몸이 휘청 거렸습니다. 뒷집 형수가 거둔 팥죽을 한소끔 끊여 아침 요기를 간단히 하셨습니다. 약을 잡수시고 어머니는 아픈 몸을 누이셨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컴퓨터를 부팅합니다. 블로그의 새해 첫 포스팅할 글의 제목을 「2018년 무술년, 다시 맑은 눈으로 세상을」으로 잡았습니다. 카테고리 〈대빈창을 아시는가〉의 2012. 5. 2에 올린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다」를 찾아 읽었습니다. 이철수의 판화달력에 자필로 쓴 다짐은 ‘禁酒, 메이데이부터 전태일 열사 기념일까지’입니다. 대견하게 저는 금주를 3년 이상 지켜왔습니다. 의지가 약하고 막내 기질이 강한 저의 다짐은 시나브로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의 두 번에 걸친 큰 수술과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진 누이를 하늘나라로 보내면서 의지는 쉽게 흔들렸습니다. 2018년 무술년 새해소망으로 다시 금주를 다짐합니다. 벽에 걸린 이철수 판화달력에 붉은 글씨로 새긴 ‘禁酒’를 달마다 일일이 붙였습니다. 다시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겠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의 생이 편안하기를 기원하는 저의 2018년 무술년 새해 소망과 다짐입니다.
p. s 실제 금주 시작일은 2017년 12월 26일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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