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지 살 궁리는 다 한다. - 3

대빈창 2017. 12. 6. 04:13

 

 

“지 살 궁리는 다 한다”

 

닫힌 부엌 샛문 앞에서 야 ~ 옹하는 노순이의 울음이 들려옵니다. 대빈창 해변 산책에서 돌아와 사진에 찍힌 토진이를 보여 드립니다. 어머니 말씀이십니다. 노순이는 맛난 것을 혼자 먹으려고 항상 혼자 다닙니다. 녀석이 인기척을 알아채고 부리나케 현관문으로 달려왔습니다. 가냘픈 노순이의 조르는 소리에 할 수없이 빈 그릇에 모아 두었던 생선가시와 찐 망둥어 찌끄레기를 내놓았습니다. 녀석은 거리낌 없이 현관문을 넘어와 간식을 먹습니다. 고양이도 주인 앞에서 유세를 부립니다. 뒷집 형수가 마실와 어머니와 말을 나눕니다. 노순이와 재순이가 거칠 것 없이 현관을 통해 마루에 올라섰습니다. 녀석들은 열려진 어머니방과 나의 서재와 부엌까지 거침없이 드나듭니다. 어머니가 아무리 고함을 쳐도 놈들은 들은 체 만 체. 형수가 집을 나서야 부리나케 뒤를 쫓아갑니다.

덩치가 작은 검돌이만 사람을 두려워합니다. 녀석은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줄행랑을 놓았습니다. 뒷집 부부가 뭍에 출타하면 어머니가 녀석들을 거두어 먹입니다. 뒷집 고양이 삼총사는 주인이 집을 비웠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 챕니다. 주인이 집에 있으면 녀석들은 새벽 아침을 지으려 부엌에 불을 밝히면 야 ~ 옹 왔다는 울음소리를 냅니다. 주인 부부가 차를 끌고 언덕을 내려가면 고양이들은 그때부터 우리집에서 밤낮을 보냅니다. 노순이는 여린 소리로 한두번에 그치지만 미련한 재순이는 시끄러울 정도로 앙탈을 부립니다. 어머니가 구박을 해도 녀석은 들은 체도 안합니다. 그래도 재순이가 정이 가장 많이 갑니다. 녀석은 제 식구들을 거두어들일 줄 압니다. 의리가 있는 녀석입니다. 덩치가 가장 크지만 녀석은 노순이와 검돌이에게 먹을거리를 양보할 줄 아는 미덕을 가졌습니다. 검돌이도 이제 낯을 많이 익혔습니다. 녀석도 제법 먹을 것을 달라고 졸라댔습니다.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검돌이가 머리로 재순이의 얼굴을 치받습니다.

 

“조그만 검돌이가 머리로 마구 치받는대도 미련한 재순이는 가만히 있네요”

“나이 먹었다고 그런 거야”

 

덩치가 가장 작은 검돌이지만 재순이와 노순이보다 한 배 더 빨리 세상의 빛을 보았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쌍둥이의 누나·언니인 셈입니다. 날이 차가워지자 녀석들의 행차가 뜸해졌습니다. 따듯한 곳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바람꼬지 우리집에 발걸음이 게을러졌습니다.

토진이가 사는 대빈창 해변 제방 끝 삼태기 지형 가는 길이 훤해졌습니다. 제방과 이어진 비포장 산자락에 울창하던 어린 아까시 나무를 베었습니다. 찬 바닷바람을 막아 주던 긴 띠숲이 사라졌습니다. 토진이에게 더욱 추운 겨울이 되었습니다. 녀석은 사람을 피해 산기슭으로 파고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침해가 봉구산을 넘어와 마을에 햇살을 펼치는 시간이 점점 늦어졌습니다. 대빈창 바다로 지는 해가 걸음을 재촉합니다. 어둠의 장막이 내리고서 아침저녁 산책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평일 산책을 건강관리실의 런닝머신으로 대체합니다. 이제 토진이는 주말이나 되어야 얼굴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 진드기가 사라져 가려움의 고통에서 해방되었지만 토진이는 엽록소가 없는 마른 풀을 씹으며 추운 계절을 이겨내는 고난의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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