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12

대빈창 2018. 1. 22. 06:25

 

 

 

노순이가 디딤돌에 올라 앉아 마루로 올라설까 눈치를 살핍니다. 재순이와 검돌이는 밥그릇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폭풍흡입을 하고 있습니다. 녀석들의 먹을거리는 포대가 보이듯 개사료입니다. 고양이 세 마리는 개사료에 중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덩치가 투실한 재순이가 발판에 깔린 수건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노순이는 어쩔 수 없이 찬 장판에 웅크렸습니다. 검돌이가 개사료를 다 먹었는지 재순이를 향해 걸어옵니다. 미닫이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습니다. 검돌이를 위한 배려입니다. 검돌이는 겁이 많아 인기척만 느껴도 줄행랑을 놓습니다.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멀찍이 떨어져 눈치만 살피는 녀석입니다. 지금도 한껏 겁먹은 눈길로 마루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돌아오면서 부엌 샛문 틈새를 방풍테이프로 막았습니다. 샛문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뒷집 고양이들은 버릇대로 샛문 앞에서 먹을 것을 달라고 졸라댔습니다. 노순이가 가장 눈치가 빠릅니다. 귀가 밝은 녀석은 안채의 발걸음과 문을 여닫는 소리를 듣고 어느새 현관문 앞에서 야 ~ ~ 옹 졸라댑니다. 뒷집 주인네가 뭍에 외출하면 세 녀석은 우리집에서 발 뻗고 누울 기세입니다. 식당으로 여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재순이와 검돌이는 쌍으로 붙어 다닙니다. 노순이는 독고다이입니다. 맛난 것을 독차지하려 나름대로 잔머리를 쓰는 중입니다. 미련한 재순이가 발판에 깔린 수건에 터를 잡았습니다. 어머니가 발로 억지로 떼밀어 문 밖으로 밀어냅니다. 녀석들은 고양이답지 않게 개보다 더한 잡식성을 자랑합니다. 김치찌개, 감자조림, 생선조림, 생선가시, 유통기한 지난 치즈······. 더군다나 개사료까지.

뒷집 주인네는 노골적으로 노순이를 편애합니다. 재순이와 검돌이는 밖에서 잠을 자지만 노순이는 특별히 따뜻한 부엌에서 잠을 잡니다. 노순이가 그만큼 주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노순이는 안마를 하는 고양이입니다. 여름 내내 뒷집에서 고추 손질을 도와주시면서 노순이의 어리광을 눈여겨보셨습니다. 노순이는 고추꼭지를 따는 뒷집 형수 허벅지에 앉아 떠날 줄을 모른다고 합니다.

 

“아이구. 시원하다. 우리 노순이가 안마를 아주 잘하네.”

 

형수가 추어주면 노순이는 앞발을 번갈아 구르며 형수 허벅지를 꾹꾹 눌러준다고 합니다. 형수는 노순이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지요. 형수가 “노순아! 윙크”하면 노순이는 두 눈을 꼭 감는다고 합니다. 노순이는 그만큼 영리합니다.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노순이에 비해 재순이는 덩치가 커 행동거지가 우둔합니다. 검돌이는 겁이 많아 아직 사람한테 곁을 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재순이의 미련스런 자기 식구에 대한 애정이 믿음직스럽습니다. 녀석의 매일은 도둑고양이의 침탈에서 가족을 지켜내려는 투쟁의 연속입니다. 자기 형제를 지켜내면서 입은 온 몸의 상처가 훈장처럼 빛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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