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주문도 앞바다에 얼음이 났습니다. 이번 주초 점심 무렵의 주문도와 아차도의 좁은 바다 풍경입니다. 아차도와 꽃치 섬을 잇는 제방의 띄엄띄엄 서있는 나무들조차 추워 보입니다. 제방너머 바다의 섬은 삼산면 서검도입니다. 떠다니는 유빙으로 바다가 하얗습니다. 삼보12호가 아차도 선착장에 턱주가리를 내려놓았습니다. 얼음장의 흐르는 방향과 뱃머리로 보아 밀물입니다. 폭 좁은 바다에 밀려드는 얼음장들이 병목현장을 일으켜 서로 밀치며 신음을 내지릅니다. 섬의 방언으로 죽쎄기라 부르는 갯벌에 앉았던 얼음과 성에 덩어리가 바다와 함께 부풀어 올랐습니다. 바다로 길게 뻗은 부잔교에 행정선 한 척이 매달렸습니다. 얼음왕국으로 변한 강화도 외포리 항에서 피양을 왔습니다.
행정선들은 조만간 인천 바다로 피양을 가거나 뭍으로 끌어 올려지겠지요. 얼음 군단이 온통 바다를 점령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와 북극해의 그린란드가 떠오릅니다. 400t의 카페리호도 밀려드는 얼음장에 힘이 부칩니다. 앵커(닻)가 물 속 갯벌에 붙어 있지 못하고 뒤로 자꾸 밀립니다. 2011년의 혹한에 이어 7년 만에 들이닥친 최강한파로 강화바다가 얼었습니다. 어르신들은 말씀하십니다. “바다에 얼음이 났네.”
이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바다의 얼음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어르신들은 말씀하십니다. "마파람이 불어야 얼음이 가라 앉아." 한강에서 떠내려 오는 얼음덩어리들은 출렁이는 물결이 끼얹어져 점점 자랄 것입니다. 흡사 조루로 물을 뿌리는 이치와 같습니다. 바다의 얼음은 키를 늘립니다. 하루 두 번 오가던 배가 주문도 앞바다에 하루 종일 정박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은 없습니다. 어제 저녁 들어온 배가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습니다. 물이 밀면서 얼음장이 갈라지는 틈새를 따라 객선은 밤도둑처럼 슬그머니 사람과 짐을 부리고 급히 섬을 떠나겠지요. 서도(西島) 군도(群島)의 섬들이 고립되었습니다. 최강 한파가 몰고 온 섬 풍경입니다. 물이 가장 밀었을 때 본도(本島)로 나간 배가 소식이 없습니다. 출항지 외포리 항이 얼음으로 뒤덮여 삼보12호는 석모도 매음리 앞 바다에 추운 몸을 잠시 의탁했다고 합니다. 마을방송이 들려옵니다. “주민여러분, 오늘 삼보12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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