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13

대빈창 2018. 3. 5. 06:31

 

 

 

노순아 ~ ~ !

 

하고 부르면 녀석은 영락없이 야 ~ ~ 옹! 반응을 보입니다. 어머니는 노란 놈이 한결같이 대적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노순이는 영리합니다. 어머니는 약다고 말씀하십니다. 미닫이 현관문을 혼자 열수 없는 녀석은 어머니 방 창문 밑에서 야 ~ 옹 하고 말을 건넵니다. 문을 열어 달라는 녀석의 신호입니다. 뒷집 새끼 고양이 세 마리는 개 사료에 중독되었습니다. 사료를 포식한 녀석들이 날이 추워 집에 갈 생각이 없습니다. 마루에 올라서는 발판에 깔린 수건 위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나는 녀석을 하루 재워주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하루 재워주면 노란 놈은 계속 잘라고 할 거고, 그러면 형수가 싫어할 거야.”

 

어머니 말씀이 옳으십니다. 영리한 노순이가 귀엽지만 녀석에 대한 사랑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뒷집 형 내외가 뭍에 나가자 세 녀석은 아예 우리집에 발을 뻗고 누울 태세입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나는 녀석들을 문 밖에 내 놓았습니다.

 

“집에 가서 자고, 내일 또 와.”

 

노순이는 높은 곳을 좋아합니다. 개 사료를 먹고 쌀자루나, 상자 더미, 의자 위에 앉아 눈을 감습니다. 어머니는 녀석이 앉지 못하게 둥그런 물건을 하나씩 올려놓았습니다. 마루문을 열자 노순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마주 칩니다. 노순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 부끄러운 듯 모서리마다 옆구리를 비빕니다. 노순이는 발판 수건 위에 앉아 있다가 마루문을 여는 인기척이 들리면 밥그릇에 다가가 개 사료를 오물거립니다. 녀석은 내가 무엇인가 먹고 있으니 내쫒지 말아 달라는 의사표시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루문을 닫으면 녀석은 얌전히 수건위에 자리를 잡습니다. 쓰레기를 치우러 뒤울안으로 돌아서니 노순이가 얼어붙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빨고 있었습니다. 개 사료를 먹은 녀석이 목이 말랐나봅니다. 물은 보이지 않고, 얼음을 핥아 갈증을 해소하는 녀석이 우스웠습니다. 아무튼 사랑스런 노순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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