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그 많던 갈매기들은 다 어디 갔을까

대빈창 2018. 3. 26. 05:39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춘분 무렵의 내가 외포항입니다. 주문도에서 이른 7시에 출항한 삼보 6호가 길게 휘어 돌며 외포항 선창에 접안 중입니다. 아침 9시 무렵입니다. 석모도 석포항 선창은 삼보6호의 덩치에 가렸습니다. 삼보 6호는 원래 외포항과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 보문사가 자리 잡은 석모도를 오가던 객선이었습니다. 작년 7월 내가 황청리와 석모도 공개를 연결하는 석모대교가 완공되었습니다. 삼보 6호는 졸지에 백수로 전락하였습니다. 내가 외포항과 서도(西島)를 오가던 도선은 삼보 12호입니다. 올겨울 유다른 한파와 유빙에 시달린 삼보12호는 보름 넘게 입원하여 몸을 추스르는 중입니다. 삼보 6호가 대신 낯선 항로에 투입되어 열심입니다. 삼보 6호는 거리가 가까운 섬을 오가던 객선답게 사람보다 차량이 차지하는 공간이 넓습니다. 삼보12호는 먼 섬을 오가는 도선으로 사람이 편히 쉬어갈 수 있게 객실을 편안한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대기에 물기가 배었습니다. 석모도의 해명산과 낙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수묵화의 먹빛으로 길게 누웠습니다. 엎어놓은 바가지 형상의 대섬이 나른한 봄기운과 적요한 기운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듯합니다. 30분 간격으로 내가 외포항과 석모도 석포항을 오가던 객선들의 둔중한 엔진소리가 멈추고, 승선객들의 떠들썩한 소음이 가라앉은 지 8개월이 지났습니다. 뱃길이 끊어진 석모도 석포항 선창은 섬을 찾은 도시인들의 바다 낚시터로 제격입니다. 턱주가리를 받치려는 삼보 6호의 접안을 도우려 인부가 수압을 이용해 선창에 쌓인 갯벌을 쓸어내고 있습니다. 배를 기다리던 들뜬 상춘객들은 이제 승용차를 몰고 석모도의 해안도로를 일주합니다.

외포항은 배를 대던 선창과 매표소가 두 곳이었습니다. 석모대교가 완공되고, 서도를 오가던 도선이 닿던 선창이 폐쇄되었습니다. 옛 석모도 객선 선창으로 서도행 매표소가 자리를 옮겼습니다. 나루터 슈퍼의 평상에 산처럼 쌓였던 새우깡 봉지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배를 타면서 새우깡을 손에 쥐었던 외지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허기져 보이는 갈매기 서너 마리가 갯벌에 종종 걸음으로 발자국을 찍었습니다. 다리가 놓이기 전 선창의 횟집 지붕들은 갈매기 똥으로 새하얗습니다. 배가 석모도를 향해 이물을 돌리면 갈매기들은 공중으로 일제히 떠올랐습니다. 하늘을 덮은 녀석들의 군무로 외포항 물량장에 그늘이 드리웠습니다. 놈들은 승선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낚아 챌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난간에 기대어 새우깡을 손가락으로 치켜들면 녀석들이 멋진 비행으로 과자만 채어 갔습니다. 섬을 찾는 외지인들은 놀란 눈을 크게 뜨고 환호성을 지르며 스마트폰을 치켜들었습니다. 풍경은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일을 보러 나오거나, 일을 마치고 들어가는 서도 주민들은 갈매기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녀석들은 먹이가 사라지자 외포항을 두말없이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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