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주문도 선창에서 대빈창 해변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정상에 자리 잡았습니다. 제법 다리품을 파는 경사로 밭은 석축 위아래 이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블로그 〈daebinchang〉의 카테고리 「텃밭을 부치다」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손길이 미치는 석축아래 텃밭과 석축 위 마당 진입로 양켠에 폭이 좁고 길다란 밭이 붙었습니다. 현관에서 볼 때 왼쪽 밭은 뒤울안과 연결되었고, 땅콩과 쪽파가 심겼습니다. 오른쪽 밭은 대파와 둥글레를 심었습니다. 대파와 둥글레의 경계로 시금치 몇 포기가 자리 잡았습니다.
재순이와 검돌이가 웅크리고 앉은 둥글레 밭은 푸른 기운을 볼 수 없습니다. 봄비도 내렸고 며칠 지나 둥글레 촉이 땅바닥을 밀고 올라오겠지요. 주문도에 삶터를 꾸리고 아침저녁으로 봉구산에 올랐다가 둥글레 군락을 발견했습니다. 마대자루에 가득 담긴 둥글레 뿌리를 손질하여 볶았습니다. 둥글레를 넣고 끓인 물은 구수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집은 여적 둥글레 차를 상시 음용합니다. 잔뿌리들을 마당밭에 심어 매년 봄에 수확합니다.
재순이와 검돌이는 항시 붙어 다닙니다. 노순이가 뒤늦게 쫒아와 맛있는 것을 달라고 어머니께 조릅니다. 미닫이문을 틈이 벌어지게 조금 덜 닫았습니다. 겁이 많은 검돌이를 위한 배려입니다. 세 녀석은 우리집 개 사료에 중독(?) 되었습니다. 노순이는 자존심이 강해 절대 이 녀석들과 같이 먹지 않습니다. 노순이의 도도함은 뒷집 형수한테 절대적 사랑을 받는다는 자존감일지 모릅니다. 마루문 열리는 소리에 검돌이가 겁먹은 눈길을 돌립니다. 미련한 재순이는 개 사료 그릇에 코를 박고 폭풍흡입에 여념이 없습니다.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고갯길에 교회까지 모두 다섯 집이 고작입니다. 교회종탑 밑집은 개 두 마리와 닭 서너 마리. 감나무집은 명절 제사용 돼지 두 마리와 개 한 마리 그리고 고양이 서너 마리. 뒷집은 닭 오십여 마리와 고양이 세 마리 그리고 엊그제 강아지 두 마리가 새 식구가 되었습니다. 뒷집 형은 강아지집을 뒤울안에 새로 마련하였습니다. 고양이는 개를 무서워합니다. 어른 고양이 세 마리가 강아지 두 마리가 무서워, 요즘 스물네시간을 우리집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녀석들이 있기에 우리집 두 식구는 항상 웃음꽃을 매달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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