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진드기는 알에서 부화한 후에 유충, 약충, 성충의 3단계로 성장합니다. 각 단계는 일 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유충이 약충이 되기 전, 약충이 성충이 되기 전, 성충이 알을 낳기 전, 일생에서 세 번은 반드시 온혈동물의 피를 흡입합니다. 야생 진드기의 세 번의 숙주(기생 생물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생물)는 모두 포유동물입니다. 나무나 풀에서 살다, 온혈 동물의 열을 감지하면 튀어 올라서 숙주에 달라붙습니다. 숙주의 피부가 노출된 곳, 물만한 곳을 찾아 피부를 뚫고 주둥이를 살 속으로 삽입합니다. 물어도 아프지 않아 숙주는 진드기가 물었다는 사실을 며칠씩 모른다고 합니다.
북서향이라 풀이 늦게 돋는 토진이의 아지트에 벌써 진드기가 나타났습니다. 진드기는 본능적으로 토진이의 몸을 타고 올라가 뒷목 중앙에 자리를 잡습니다. 제방 석축공사 굴착기가 긁어 놓은 산자락에 오래전 쌓였던 모래가 드러났습니다. 몸이 가려운지 토진이가 모래 위에서 진드기를 털어내려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뒷발로 번갈아가며 목 뒤를 긁다가 입으로 가져가 이빨로 잘글잘근 씹는 행동을 오래도록 했습니다.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었습니다. 어머니와 나는 이른 6시에 아침을 먹습니다. 그때 뒤울안에서 “찌 ~ ~ 찌 ~ ~ ” 하는 새소리가 들렸습니다.
“참새보다 조금 큰데 꽃이 이뻐서인지 매일 나무에 달라붙어 있더라.”
어머니의 말씀입니다. 어머니는 참새가 커보였습니다. 직박구리는 참새보다 두 배 이상 큽니다. 직박구리가 명자나무 꽃의 꿀을 탐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녀석의 울음으로 나는 방안에서 봄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눈치 챘습니다. 토진이가 정확히 만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5년 전 요즘 토진이를 대빈창 해변 끝머리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어머니는 그때 녀석이 발붐발붐 나왔다가 길을 잃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방 길 시멘트포장 틈새에 몸을 숨긴 녀석과 처음 눈을 마주쳤습니다. 아무리 손짓을 해도 녀석은 겁먹은 눈망울로 자꾸 몸을 움츠렸습니다.
낯을 익힌 토진이는 아까시 잎을 따 입에 대주면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폭풍흡입을 했습니다. 요즘 토진이는 경계심과 조심성이 부쩍 늘었습니다. 녀석에게 다가서려 발걸음을 옮기자 마른 낙엽이 바스락거립니다. 녀석은 산기슭을 기어오르며 으름덩굴 잎을 씹었습니다. 어렵게 찍은 사진을 보신 어머니는,
“사람들이 붙잡으러 다녔나보다. 혼이 많이 났구나.”
아침저녁으로 대빈창 해변의 산책에서 토진이를 보기 힘듭니다. 녀석은 사람을 경계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토진이가 물때와 주말 관념을 인식하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주말이면 대빈창 해변 솔숲에 텐트족이 몰려듭니다. 물이 빠지면 동네 주민들이 상합과 바지락을 채취하러 토진이의 아지트 부근에 차와 경운기를 주차하고 갯벌로 들어섭니다. 삶터가 사람들의 눈에 드러나는 요일과 시각을, 녀석은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의 기억이 맞다고 위안을 가집니다. 그 시각 토진이는 산기슭 잡목 숲 그늘아래 몸을 숨겼겠지요. 주중 아침저녁 산책시간과 물때가 만조일 때 항상 토진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견하고 기특하고 영리한 토진이가 5년 째 야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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