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15

대빈창 2018. 5. 11. 05:17

 

 

노순이가 세 배 째 새끼를 낳았습니다. 첫 배는 뒷집 광의 종이박스에 낳았지만, 도둑고양이한테 해코지를 당해 모두 잃었습니다. 두 배 새끼는 감나무집 고구마 밭에 몰래 낳아 젓을 먹였습니다. 첫 배와 두 배 모두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세 배 째는 자기를 닮은 새끼 네 마리를 낳았습니다. 두 마리는 흰 바탕에 노란 무늬가 얼룩졌고, 두 마리는 어미를 꼭 빼 닮았습니다. 노순이의 근심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첫 배와 두 배 새끼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새끼를 낳고 두문불출하던 노순이가 우리집에 마실을 왔습니다.

야 ~ ~ 옹! 소리에 텃밭에서 김을 매던 어머니가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노순이가 어머니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반가움에 개사료를 플라스틱 그릇에 쏟아 주었습니다. 뭐가 그리 바쁜지 노순이가 허겁지겁 몇 개를 집어먹고 자기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새끼들이 못 미더운가 보다."

뒷집 형수가 문 옆에 지켜 서있다 미닫이 광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노순이가 날랜 몸짓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노순이의 배가 불러오자, 뒷집 형수는 첫 배때처럼 광에 종이박스로 분만실을 마련하였습니다. 노순이는 자기집 광을 버려두고 자꾸 우리집 현관문 안의 다용도실을 얼씬거렸습니다. 어머니는 눈치를 채셨습니다. 노순이가 자리를 잡으려는 구석진 곳에 둥그런 물건을 놓아 두셨습니다. 노순이는 끈질기게 다용도실 구석진 곳을 비집고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어머니와 노순이의 실갱이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나는 노순이를 몇 번이나 끄집어내어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어머니가 우려하시는 것은 노순이가 분만하면 산 생명을 어찌할 수 없다는 뒷감당 때문이었습니다. 첫 배 새끼를 잃은 노순이는 안전한 분만을 위해 우리집을 넘석 거렸습니다.

뒷집 형수는 노순이와 새끼들의 안전조치를 철저히 취했습니다. 새끼를 품은 노순이를 보려면 현관을 돌아 샛문을 열고 부엌을 가로질러 광문을 열고 들어가야 합니다. 광의 출입문은 닫아걸었습니다. 무릎 높이 수납장 위 종이박스에 노순이가 순산을 하였습니다. 엊그제 노순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머니가 찜한 말린 생선을 노순이가 먹기 좋게 잘게 잘라 주었습니다. 몇 점 집어먹은 노순이가 새끼들이 못 미더운지 부리나케 집으로 향합니다. 나는 노순이를 뒤쫓아갔습니다. 사진을 찍으려 스마트폰을 들자, 노순이가 새끼들을 앞발로 끌어안았습니다. 새끼들이 한데 엉켜 꼬물거립니다. 노순이가 한 눈을 파는 사이 재빨리 찰 ~ 칵! 한 컷을 찍었습니다. 노순이가 새끼들을 온전하게 키우기를 바라는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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