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禁酒 3

신영복 선생 붓글씨 달력

나는 새해가 돌아오면 이철수 판화달력이나 신영복 선생 붓글씨달력을 걸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과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연속 붓글씨달력이었다. 올해도 여지없이 달월을 가리키는 숫자 옆에 《禁酒》를 붙였다. 의지박약자의 자기다짐이었다. 1月의 큰 글씨는 ‘처음처럼’이었다. -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추운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서울 볕내 남골 쇠귀 - 글씨 한 귀퉁이의 그림은 이제 막 솟아난 새싹 위로 어린 새가 날고 있었다.내가 이 글귀를 처음 만난 책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햇빛출판사, 1998)이었다. 선생의 글씨체를..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다.

주문도注文島는 아뢸 주奏, 글월 문文을 써서 주문도奏文島라 불렀었다. 조선조 임경업林慶業 장군이 명나라에 사신으로 갈 때 한양의 임금에게 하직의 글을 올렸다는데서 유래했다. 강화군 서도면西島面소재지로 사람 사는 4개 섬 볼음도, 아차도, 말도의 주도主島이다. 강화도江華島에서 서해 바다로 14.5㎞정도 떨어졌다. 면적은 4.55㎢이고, 해안선 길이는 13.0㎞의 작은 섬이다. 섬은 가오리 모양으로 최고봉은 섬 북쪽의 봉구산(烽丘山, 147m)이다. 섬의 산줄기는 동북에서 서남으로 이어졌다. 섬의 동남과 북서에 논이 제법 넓게 분포하고, 간척사업으로 해안선이 단조롭다. 자연부락은 봉구산 남사면의 진말과 북쪽 해안에 대빈창 마을이 들어섰다. 화도 선수항에서 출항하는 정기여객선이 왕복 운항한다. 섬의 인구는 통..

무술년戊戌年 설날의 텃밭

「겨울 감나무는 텃새들의 식량창고다」에 등장하는 섬에서 가장 나이 많은 감나무 옆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는 교회 종지기인 할머니가 일요일 오전예배를 보실 때 조용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보리 문둥이’인 경상도 사내답게 말이 없으시고 고집이 세셨습니다. 금요일 저녁 심방도 할아버지가 집에 계시면 모임을 할 수 없습니다. 요행히 할아버지가 뭍으로 출타하셨을 때 할머니는 교인들을 초대할 수 있습니다. 송곳 꽂을 땅 한 평 없는 가난한 두 노인데. 할머니는 관사 부엌데기와 겨울 한철 굴쪼기로 할아버지는 망둥어 낚시로 가욋돈을 만지셨습니다. 삼우제를 지낸 가장 추웠던 날 자꾸 뿌리치시는 할머니 손에 억지로 부의금을 전해 드렸습니다.몇 십 년만의 최강한파로 바다에 얼음이 났습니다. 한강에서..

텃밭을 부치다 2018.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