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 5

폭력과 모독을 넘어서

책이름 : 폭력과 모독을 넘어서 지은이 : 김명인 펴낸곳 : 소명출판 문학평론가 김명인이 『자명한 것들과의 결별』이후 17년 만에 새 비평집 『폭력과 모독을 넘어서』를 내놓으며 자신의 본령으로 돌아왔다. 나에게 김명인하면 1987년 6월 국민대항쟁, 민중문학의 시대를 선포했던 야심찬 테제 「지식인 문학의 위기와 새로운 민족문학의 구상」부터 떠올랐다. 나는 그동안 문학평론가의 가벼운(?) 에세이 세 권을 잡았을 뿐이다. 『잠들지 못하는 희망』, 『내면 산책자의 시간』, 『부끄러움의 깊이』. 문학평론가는 말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전 과정은 폭력과 모독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식민주의와 전쟁과 냉전체제와 군사독재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그리고 편협한 민족주의와 완고한 가부장제는 한국사회 구성원들에게 돌이..

부끄러움의 깊이

책이름 : 부끄러움의 깊이 지은이 : 김명인 펴낸곳 : 빨간소금 문학평론가 김명인의 서가 한쪽 벽에 좌우명이 쓰인 붓글씨 작은 액자가 걸려있다. 매천 황현의 절명시 중 한 구절이었다. 〈난작독서인(難作讀書人)〉 ‘책 읽는 사람 되기가 참 어렵다’는 의미였다. “혁명가의 삶을 살고자 했으나 얼마 못 가 한갓 문필가의 삶이 왔고, 또 가난한 문필가의 삶조차 그대로 지키지 못하고 어정어정 대학교수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22쪽)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한 좌파 지식인의 회한이 담긴 글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부끄러움’과 ‘성찰’이었다. 글쓰기 40년 문학평론가의 첫 산문집이었다. 1부 ‘저기 낯선 남자 하나’ 25편의 글은 세월의 흐름과 자기정체성을, 2부 ‘슬픔의 문신’ 21편의 글은 시·소설·영화·노래에..

내면 산책자의 시간

책이름 : 내면 산책자의 시간 지은이 : 김명인 펴낸곳 : 돌베개 문단 기득권층의 성폭력 행태를 고발한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은 최영미 시인의 문단 원로 고은 시인의 성추문을 폭로한 시 「괴물」에서 시작되었다. 시가 실린 매체는 실천적 문학평론가 김명인이 편집주간으로 있는 진보 계간지 『황해문화』 2017년 가을호였다. 역시 김명인이었다. 다시 한번 돌이켜보자, 시 「괴물」을 이 땅의 3대 문학지 『창비』, 『문학과사회』, 『문학동네』에 실을 수 있었을까. 책장을 둘러보았다. 미안했다. 1997년 학고재에서 출간된 독일기행기 『잠들지 못하는 희망』이 유일했다. 두 권의 책을 손에 넣었다. 『내면 산책자의 시간』(돌베개, 2012)과 『부끄러움의 깊이』(빨간소금, 2017). 책은 저자가..

잠들지 못하는 희망

책이름 : 잠들지 못하는 희망 지은이 : 김명인 펴낸곳 : 학고재 문학평론가 김명인이 뇌리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지 어언 30여년이 되었다. 민족문학논쟁의 불씨를 당긴 1987년 여름의 그 평론 「지식인 문학의 위기와 새로운 민족문학의 구상」의 충격에서 나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흘렀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푸른 작업복을 걸치고, 1톤의 무게를 버틴다는 작업화를 신은 공장 노동자로 푸른 청춘을 보냈다. 서해의 작은 외딴섬에 삶터를 꾸린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여 년 전에 잡았던 문학평론가의 〈세계문화예술기행〉 시리즈의 독일 기행기를 다시 손에 펼쳤다. 문학평론가의 20여일 남짓한 해외 여행은 정신 영역에서 독일이 이룩한 빛나는 성취의 이면을 들여다 본 기록이었다. 혁명을..

東豆川

책이름 : 東豆川지은이 : 김명인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몇 년 전 시인 친구 함민복은 안양예고에서 시 창작을 가르쳤다. 그때 문재(文才)가 특출했던 여제자가 대학 선택을 고민할 때 시인은 고려대 문예창작과를 추천했다고 한다. 시인 김명인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시인 친구가 ‘시인으로서 존경하는구나.’하고 나는 귓전으로 흘려 들었다. 작년 20여권의 시집을 구입하면서 그때의 기억이 살아나 나는 이 시집을 가트에 넣었다. 그리고 해를 묵히고 이제야 시집을 펼쳤다. 아뿔사! 내가 생각하고 있던 시인이 아니었다. 그랬다. 나의 뇌세포에 입력된 김명인은 문학평론가였다. 나는‘87년에 발표된 민중적 민족문학의 이론적, 실천적 지평을 열어젖힌 그 유명한 평론 ‘지식인 문학의 위기와 새로운 민족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