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2

충분하다

책이름 : 충분하다 지은이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옮긴이 : 최성은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꽤 오래전부터 그들에 관해 쓰고 싶었지만, / 워낙 복잡한 주제라 / 계속 훗날로 미뤄왔다. / 어쩌면 나보다 더 뛰어나고, 세상에 관해 더 많이 경탄할 줄 아는 시인에게 적합한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시간이 절박하다. 그래서 쓴다. 「마이크로코스모스」(30 ~ 33쪽)의 마지막 연이다. 시인의 12번째 시집 『여기』에 실린 시였다. 86세 고령의 시인은 다음 시집 제목을 『충분하다』로 정했다. 시간은 시인의 생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았다. 한국어판 『충분하다』는 시인의 12번째 시집 『여기』(2009)와 사후에 나온 유고시집 『충분하다』(2012)를 묶었다. 나는 앞서 시인의 시선집 『끝과 시작』을 잡았다. 시..

끝과 시작

책이름 : 끝과 시작 지은이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옮긴이 : 최성은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 (······)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 서로 다를지라도······. 「두 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