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끝과 시작

대빈창 2017. 2. 20. 05:28

 

 

책이름 : 끝과 시작

지은이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옮긴이 : 최성은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

(······)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 서로 다를지라도······.

 

「두 번은 없다」(34 ~ 35쪽)는 폴란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폴란드 국민이 애송하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대표작이다. 시선집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자선(自選) 시집』(2000)과 『순간』(2002),『콜론』(2005)에 수록된 작품 중에서 옮긴이가 엄선한 170편이 담겼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자선(自選) 시집』은 첫 시집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1952)부터 아홉 번째 시집 『끝과 시작』(1993)까지 시인이 직접 선별한 184편이 수록된 선집이다. 이 책은 1945년 〈폴란드 일보〉에 실린 등단작 「단어를 찾아서」부터 2005년 최근작까지 시인의 대표시를 모았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1945년 데뷔한 이래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꾸준히 시를 발표했다. 현학적인 시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소박하고 진솔한 언어로 삶의 진리를 일깨웠다고 평가받았다. 여성시인으로는 세 번째로 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모차르트의 음악같이 잘 다듬어진 구조에, 베토벤의 음악처럼 냉철한 사유 속에서 뜨겁게 폭발하는 그 무엇을 겸비했다.”라는 말은 그녀의 시 세계를 논할 때 가장 적절한 말이다.

시집에 대한 나의 인식은 100여 쪽 안팎의 105*148 판형의 A6 문고판의 변형이었다. 70여 시편과 말미에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실린 얇고 세로로 긴 장정에 익숙했다. 시선집은 153*225 신국판과 500여 쪽수로 부피가 두꺼웠다. 짧지 않은 시편 170편과 옮긴이 해설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심안(心眼)을 가진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생애와 시 세계」, 1996년 12월 7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림원에서 있었던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문 「시인과 세계」를 더했다. 책의 1판 1쇄는 2007년에 나왔다. 개정판이 나온 것을 뒤늦게 알고 책장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던 책을 서둘러 꺼냈다. 아직 잡지 못한 그녀의 시집이 하나 더 있다. 『충분하다』는 2012년 타계 한 그녀의 유고(遺稿)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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