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지은이 : 이기호
펴낸곳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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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의 제재다. 책은 평균 원고지 13장 분량의 짧은 소설 40편의 모음집이다. 갑남을녀, 장삼이사, 선남선녀, 초동급부가 헬조선에서 살아남으려는 분투기로 읽혔다. 아무리 기를 써도 희망이 보이지않는 이 땅에서 좌충우돌, 전전긍긍, 갈팡질팡하며 갖은 우여곡절을 겪는 소설 속 인물들은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한 마디로 ‘웃프다’라는 신조어가 떠올려지는 책읽기였다. ‘웃프다’는 웃긴데 슬프다는 뜻이다. 요소요소마다 등장하는 일러스트 박선경의 18컷의 그림은 상상력을 자극했다.
표지그림은 모자를 쓴 한 청년이 비닐봉투를 든 채 산 정상의 구름에 반쯤 가려진 아파트를 향해 힘겹게 능선을 오르고 있다. 꼭지 「아파트먼트 셰르파」의 삽입 컷이었다. 총 800가구가 거주하는 25층 높이의 행복아파트다. 나는 ‘만나’ 치킨집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시원생이다. 고시원비를 보태려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아파트에서 배달사원에게 승강기 사용을 금지해 죽을 맛이다. 나는 오늘까지라는 생각으로 가게문을 나섰다. 오늘만 아홉 번째 배달로 다리가 절로 후들거렸다. 헌사 “어쩐지 자신의 원고가 아닌 삶 속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기분이었네”는 「마주 잡은 두 손」의 마무리 구절이었다. 표제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취업준비생 나는 친구 준수의 고향 강원 평창 산골에 바람을 쏘일 겸 함께 나섰다. 준수의 속내는 아버지에게 사업자금을 타내려 친구를 동원한 것이다. 나는 배추출하로 용돈이나 벌라는 준수에 말에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준수는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 평상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시인 함민복은 이렇게 말했다. “이기호 소설에는 심장 박동소리가 난다”고. 책씻이를 하고 겉표지를 감싸 책장의 자리를 찾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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