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4

두번의 자화상

책이름 : 두번의 자화상 지은이 : 전성태 펴낸곳 : 창비 ·소풍 - 젊은 부부가 어린 오누이를 데려 간 소풍에서 함께 간 장모의 치매 발병. ·배웅 - 위독한 친정어머니로 급하게 귀국하는 우즈베키스탄 미등록노동자 ‘쏘야’와 3년간 함께 한 식당 여주인의 배웅. ·낚시하는 소녀 - 구도심 변두리에 살면서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여관바리 엄마와 뒤를 캐는 영악스러운 소녀. ·밥그릇 - 시골집 조선백자 개밥그릇을 손에 넣으려는 불법 골동품 거래자와 개주인 할머니의 한바탕 실랑이. ·영접(迎接) - 대통령 초도순시 준비로 차출된 말단 공무원들의 커피 13,050잔을 타는 의전 연습. ·로동신문 - 우연히 손에 들어 온 ‘로동신문’으로 마음의 갈등을 겪는 새터민 임대아파트 경비원. ·성묘 - 북한군·중국군·남파..

선창에 토끼가 나타났다. - 2

“늑대야!” 모퉁이집 주인이 토끼 지킴이를 부르는 소리입니다. 녀석은 내가 토끼장에 다가서면 발뒤꿈치를 깨 물 것처럼 가깝게 다가섭니다. 하루에 두서너번 녀석과 조우하는 것이 달갑지 않습니다. 무게가 실린 위협적인 울음이 등 뒤에서 들려오는 공포를 상상하십니까. 아닙니다. 녀석의 짖는 소리는 허공을 찢는 꽹과리 소리처럼 촐싹거립니다. 꼬리를 바짝 세운 늑대가 카메라를 사납게(?) 노려보고 있습니다. 나는 애완견의 종에 대해 무지합니다. 내 눈에 주먹만 한 강아지는 도통 섬 풍경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얼핏 치와와 같기도 합니다. 치와와의 피가 섞인 트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림짐작으로 녀석은 도회지 삶을 즐기다 졸지에 섬개로 전락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도시의 자녀들이 무슨 사정이 생겨 녀석을 서해 작은 외딴..

늑대

책이름 : 늑대 지은이 : 전성태 펴낸곳 : 창비 책 표지에 기울인 정성이 역력하다. 그믐달을 바라보며 늑대가 허공을 향해 울부짖는다. 나는 책 이미지를 보며 자연스레 몽골인의 민족신화를 떠올렸다. 푸른늑대(버르테 치도)와 하얀 암사슴(코아이 마랄) 사이에서 최초의 인간 '바트 차강'(힘세고 하얀 사람)이 태어났다. 이가 바로 몽골인의 시조다.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왕검이 하늘의 아들과 곰 사이에서 태어나듯이, 몽골인은 늑대와 사슴의 후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을 이룩한 칭기즈칸의 군대를 '푸른 늑대'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 소설집 '늑대'에는 총 10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그중 6편이 몽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실제 6개월간 몽골 생활을 했다. 그 느낌과 분위기가 살아있는..

소설 이천년대

책이름 : 소설 이천년대 지은이 : 박민규외 엮은이 : 민족문학연구소 펴낸곳 : 생각의 나무 '전망없는 청춘들이 쏘아올린 상상력의 폭죽, 이천년대' 뒷장 표지에 실린 표사의 고딕체 글자다. 그렇다. 폭죽은 현실의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허공에 떠 있다. 나는 2000년대라는 시대 가름으로 우리의 소설을 얘기할 때, 요즘 발표되는 소설을 읽을 때마다 뭔가 허공에 발을 헛디디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근대적 일상의 억압 구조를 차분하게 음미하지 않고 늘 꼭지점을 향해 달려나가는 욕망을 표출'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이천년대는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젊은 비평가들의 모임인 '민족문학연구소'가 시대별로 소설 경향을 알아볼 수 있도록 꾸민 앤솔로지다. 민족문학연구소는 '비평과 문학 연구를 생산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