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소박한 삶 2

나의 쉼플레가데스

소설가·번역가·신화학자 이윤기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8년이 되었습니다. 선생이 독자들에게 마지막 선물한 신화 이야기는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 입니다. 금양모피(金羊毛皮) - 황금 빛 양의 털가죽을 찾아 떠난 이아손 일행의 모험을 그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5』가 유작이었습니다. 원정대가 금양모피가 있는 콜키스에 닿기 위해서는 ‘적대의 바다’ 흑해를 건너야 합니다. 가장 큰 난관인 ‘쉼플레가데스’를 뚫고 지나가야만 합니다. 여기서 쉼플레가데스는 ‘충돌하는 두 개의 바위섬’을 말합니다. 한 인생의 항해에서 누구나 파랑을 만나고, 암초에 부딪히는 위기를 몇 번 마주쳐야 합니다. 나의 흑해와 쉼플레가데스는 무엇이었을까. 10년 전 홀어머니를 모시고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주문도에 삶터를 꾸렸습..

나팔꽃을 세다

“내가 피는 것이 아니고 다만 나팔꽃이 피어 있을 뿐인데, 나는 마치 내가 피어나는 것처럼 분발했다.” ‘여기에 사는 즐거움’의 한 구절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처마 아래에 놓인 화분의 나팔꽃을 세는 것이 야마오 산세이의 즐거움 이었습니다. 1977년 그의 온 가족은 도쿄에서 남쪽 작은 섬인 야쿠 섬으로 이사를 합니다. 야쿠 섬의 크기는 제주도의 5분의 1입니다. 25년 동안 그는 소박한 섬 생활을 하다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다행히 강원도 산중에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최성현을 통해 야마오 산세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생명지역주의(bio-regionalism)는 자연을 물건으로 간주하며 착취해 온 삶을 버리고,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 것을 깨닫고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모든 생명,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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