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도 느리 부락에서 어머니의 유일한 말동무인 아랫집 할머니에 따르면 우리 텃밭은 집터였습니다. 할머니는 올해 우리 나이로 아흔 셋입니다. 열여섯 살에 시집오셨다고 하니 믿을만한 소식통입니다.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언덕의 텃밭은 지대가 높아 세찬 빗줄기에 해마다 표토가 쓸려 내려갔습니다. 온돌로 쓰였던 네모난 시멘트가 밭을 일굴 때마다 드러났습니다. 작은형과 나는 힘을 합쳐 밭가에 쌓았습니다. 이미지에서 고라니 방지용 그물에 매인 줄을 묶었습니다. 오른쪽 두 두둑은 무밭입니다. 올해 구입한 씨앗의 무청이 옅은 색이고, 묵은 씨앗을 뿌린 두둑의 무청 색깔이 짙습니다. 제 눈에는 확연히 드러나 보입니다. 땅콩을 수확한 빈 두 두둑이 보입니다. 멀칭 했던 투명 비닐이 반쯤 흙속에 묻혔습니다. 여느 해보다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