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 2

계묘년癸卯年, 한가위의 텃밭

주문도 느리 부락에서 어머니의 유일한 말동무인 아랫집 할머니에 따르면 우리 텃밭은 집터였습니다. 할머니는 올해 우리 나이로 아흔 셋입니다. 열여섯 살에 시집오셨다고 하니 믿을만한 소식통입니다.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언덕의 텃밭은 지대가 높아 세찬 빗줄기에 해마다 표토가 쓸려 내려갔습니다. 온돌로 쓰였던 네모난 시멘트가 밭을 일굴 때마다 드러났습니다. 작은형과 나는 힘을 합쳐 밭가에 쌓았습니다. 이미지에서 고라니 방지용 그물에 매인 줄을 묶었습니다. 오른쪽 두 두둑은 무밭입니다. 올해 구입한 씨앗의 무청이 옅은 색이고, 묵은 씨앗을 뿌린 두둑의 무청 색깔이 짙습니다. 제 눈에는 확연히 드러나 보입니다. 땅콩을 수확한 빈 두 두둑이 보입니다. 멀칭 했던 투명 비닐이 반쯤 흙속에 묻혔습니다. 여느 해보다 유..

텃밭을 부치다 2023.10.04

신축년辛丑年 한로寒露의 텃밭

한로寒露는 추분秋分과 상강霜降 사이에 있는 24절기 중 17번째 날입니다. 찰 한寒, 이슬 로露를 쓰듯이 대기가 선선해지면서 이슬이 서리로 변해가는 계절입니다. 찬 이슬이 맺히는 시기로 기온이 더 낮아지기 전에 농촌은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가을산의 단풍은 짙어지고, 겨울 철새 기러기가 날아오는 때입니다. 위 이미지는 슬라브 옥상에서 잡은 ‘한로의 텃밭’입니다. 우리 집은 대빈창 해변으로 넘어가는 고개 마루에 앉았습니다. 옥상에서 바다를 향해 내려다보면 텃밭의 위쪽은 봉구산자락에 앉은 우리집과 맞닿았습니다. 바깥쪽은 아랫집 텃밭과 석축 벼랑으로 경계 지었습니다. 왼편은 고갯길이고, 오른편은 유실수 몇 그루가 심겨진 묵정밭과 이어졌습니다. 하숫물 흐르는 도랑이 묵정밭과 경계 지었습니다. 묵은 감나무가 텃밭..

텃밭을 부치다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