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3

텃밭을 일구다.

오전 10시 50분. 물이 빠져 아래 선창입니다. 9시 10분 외포리발 삼보12호가 들어섭니다. 날 풀린 주말이라 그런지 차량과 승객이 제법 많습니다. 한 떼의 배낭족들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물량장으로 내딛습니다. 그들은 대빈창 해변 솔밭에서 야영을 하고 내일 섬을 떠날 것입니다. 설을 새고 작은 형이, 김장을 담근 후 누이동생이 오랜만에 섬을 찾았습니다. 휴일은 절기로 춘분입니다. 이른 점심을 먹고 11시 반에 텃밭을 일구기 시작하여, 새로 2시 반에 일을 마쳤습니다. 안 쓰던 근육을 놀렸는지 허리가 뻐근합니다. 네 두둑과 쪽파가 심긴 두둑의 3/4를 삽으로 일렀습니다. 쇠스랑으로 흙덩이를 부수고, 고랑을 삽으로 쳐올려 두둑을 말끔하게 단장합니다. 토양살충제를 뿌리고 검은 비닐을 피복한 두둑은 청양고추 ..

텃밭을 부치다 2016.03.21

신묘년辛卯年 하지夏至의 텃밭

하지 전날 아침 식전에 찍은 텃밭 전경입니다. 밭에 작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이랑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랑은 두둑과 고랑으로 형성됩니다. 작물이 심겨지는 두둑과 물을 빼고 대는 고랑 한 조가 이랑인 것 입니다. 심겨 진 작물은 오른편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흰 비닐이 깔린 두 두둑을 차지한 것은 땅콩입니다. 땅콩은 모래밭이 제격입니다. 저희 밭은 메마른 진흙이라 수분 보존과 가을걷이를 편하게 하기 위해 땅콩용 비닐을 깔았습니다. 줄기와 잎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면 줄기를 잡아 당깁니다. 땅콩이 줄줄이 딸려 나옵니다. 비닐을 깔지 않으면 땅이 딱딱하게 굳어 흙속의 땅콩을 일일이 삽으로 캘 수밖에 없습니다. 옆 지주대가 꽂힌 두둑은 완두콩입니다. 23일 비가 잠깐 그친 짬에 어머니와 이웃사촌 형수와 아랫..

텃밭을 부치다 2011.06.27

땅콩, 어망(魚網)에 담기다

가난한 살림살이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드러낸 것 같습니다. 원래 오늘 글의 제목은 '식물도 잠을 잔다' 였습니다. 그리고 사진은 수확 전에 찍은 땅콩밭의 모습이었습니다. 말이 우습기도 하지만 식물 중에는 '수면'운동을 취하는 종이 몇 가지 있습니다. 밭가에 흔히 자라는 괭이밥, 정원수로 인기있는 자귀나무 그리고 땅콩이 대표적입니다. 날이 흐리거나 밤중에 잎을 오므리는 특성을 가진 식물들입니다. 그런데 한두달 전 임시저장한 사진이 귀신의 소행인 지 보이질 않습니다. 물론 나의 미숙한 손놀림이 분명 엉뚱한 자판을 건드려 사라진 것 입니다. 놓친 고기가 커 보이는 법인가요. 아니면 꿩대신 닭인가요. 아쉬움이 큽니다. 어머니 방에 불을 들이는 아궁이가 놓인 간이창고에 걸린 땅콩 자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