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땅콩, 어망(魚網)에 담기다

대빈창 2010. 10. 18. 02:41

 

 

 

가난한 살림살이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드러낸 것 같습니다. 원래 오늘 글의 제목은 '식물도 잠을 잔다' 였습니다. 그리고 사진은 수확 전에 찍은 땅콩밭의 모습이었습니다. 말이 우습기도 하지만 식물 중에는 '수면'운동을 취하는 종이 몇 가지 있습니다. 밭가에 흔히 자라는 괭이밥, 정원수로 인기있는 자귀나무 그리고 땅콩이 대표적입니다. 날이 흐리거나 밤중에 잎을 오므리는 특성을 가진 식물들입니다. 그런데 한두달 전 임시저장한 사진이 귀신의 소행인 지 보이질 않습니다. 물론 나의 미숙한 손놀림이 분명 엉뚱한 자판을 건드려 사라진 것 입니다. 놓친 고기가 커 보이는 법인가요. 아니면 꿩대신 닭인가요. 아쉬움이 큽니다. 어머니 방에 불을 들이는 아궁이가 놓인 간이창고에 걸린 땅콩 자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희집은 심야전기 보일러로 난방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집의 유일한 이 아궁이는 정말 요긴하게 사용됩니다. 날씨가 싸늘해지면 어머니방에 군불을 때거나 고구마, 감자, 밤 등을 구워 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늘 글의 소재인 땅콩의 저장창고로도 쓰입니다. 그을음투성이인 아궁이 앞 바닥에 놓여진 땅콩은 오늘 오전만 하더라도 볕좋은 안마당에 널려 있었습니다. 따듯한 가을햇살을 받으며 어머니는 밭가의 콩대를 뽑아와 콩깍지를 간수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돌연 전봇대의 까치가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마침 밖을 나서던 저는 땅콩을 걷어 들여 아궁이 앞에 널어 놓습니다. 까치가 자기 동료들에게 보내는 정보라는 것을 저는 알기 때문입니다. 녀석들은 사람이 눈에 뜨이지 않는 즉시 땅콩을 도둑질할 것이 틀림 없습니다. 작년 수확한 땅콩은 그물망에 담아 처마 밑에 매달았습니다. 겨우내 궁금한 입을 달래 줄 간식거리 였습니다. 어느 겨울날 안뜰에 나서던 어머니가 기겁을 해서 땅콩이 든 그물망을 수거해 집안으로 끌어 들였습니다. 분명 까치의 소행이었습니다. 부리로 물고 갈수가 없자, 그물망 틈새로 땅콩을 쪼아 알맹이를 빼먹는 바람에 그물에는 빈 땅콩깍지만 즐비했습니다. 참! 영악한 놈들입니다. 그런데 한술 더떠 올해는 안마당에 널어놓은 햇땅콩도 녀석들의 노략질에 당했습니다. 며칠전 수확한 햇땅콩을 현관 출입문 앞마당에 널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개밥을 주러 가던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까치들이 비행편대를 이루어 전봇대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녀석들의 부리에 땅콩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묘책을 짜내야만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어민들이 쓰는 어망입니다. 주꾸미나 꽃게를 담는 어망에 땅콩을 담아 볕에 내놓았습니다. 물론 멍석에 널면 이틀만에 거두어 들일수 있지만, 까치의 도적질을 피하기 위해서는 더디더라도 어망에 넣어 말려야만 합니다. 그리고 처마가 아닌 아궁이가 딸린 간이창고에 메달아야, 저의 겨울 군것질거리를 안심하게 보관할 수 있는 것 입니다. 이제 됐습니다. 그만 물러나 주시죠. 까치놈들이 날아들지 못하게 미닫이를 닫아야 겠습니다. 드르륵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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