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 해변의 파란 하늘과 흩어지는 흰구름에서 가을이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섬이 서도면의 9개 무인도 가운데 하나인 분지도 입니다. 서도면에는 4개의 유인도가 있습니다. 면소재지가 있는 주문도는 임경업 장군의 일화에서 섬 이름이 유래되었습니다. 중국 사신으로 가던 임경업 장군이 하직인사를 올린 섬이라 아뢸 주(奏), 글월 문(文)을 써서 주문도로 했답니다. 요즘은 주문도(注文島)로 바뀌었습니다. 주문도의 피서객은 거의 대빈창 해변에 몰립니다. 조선시대 중국을 비롯한 외국 사신을 영접했던 곳입니다.
사진의 도로에서 제방이 좌우로 각 500m씩 뻗어 해변은 1km가 되는 셈입니다. 제방 안쪽의 해송숲이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을 막아 줍니다. 한뼘의 농경지라도 넓히려는 욕심에서 가난한 시절에 쌓은 제방이, 이제는 오히려 관광지의 미관을 헤치는 흉물이 되었습니다. 태안의 신두리처럼 사구가 형성될 지형이 제방으로 인해 모래가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고 자갈만 드러납니다. 이러다간 흰 모래가 아닌 자갈 해변으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빈창 해변의 성수기는 7월 말 부터 8월 중순까지 입니다. 그런데 7월 30일 최초의 목함지뢰가 주문도 대빈창해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놀란 피서객들은 부리나케 줄행랑을 놓았습니다. 어릴적 나무필통처럼 생긴 목함지뢰가 북한의 큰물로 인해 임진강을 따라 서해상의 섬으로 떠내려 온 것 입니다. 주문도의 또다른 해변인 뒷장슬, 볼음도의 조갯골, 영뜰 해변 그리고 작은 섬 아차도 해변에서 목함지뢰가 연일 발견되었습니다.
사진의 전봇대에 급하게 스피커가 설치되었습니다. 북한제 대인지뢰의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인적없는 해변에 연일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모든 미디어는 입을 맞춘듯이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봄에는 구제역으로, 피서철에는 목함지뢰로 관광객이 발을 돌려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강화도와 인근 섬 주민들의 안위를 걱정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강화도는 어떨지 몰라도 서도가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는 우려섞인 걱정은 한마디로 뻥! 입니다. '낙도 오지의 가난(?)한 섬 주민'들에 대한 이 땅 언론들의 돈 들 염려없는 측은지심(?)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서도에는 기업형 축산이 없습니다. 우제류 가축으로는 명절날 잡을 두세 마리의 돼지가 고작입니다.
서도는 섬답지 않게 어민보다는 농민이 훨씬 많습니다. 물론 바다고기 씨가 마른 탓입니다. 그리고 관광수입은 보잘 것 없습니다. 펜션은 한군데도 없고, 고작 가정형 민박이 전부입니다. 돼먹지 못한 자들이 도시물 먹은 티를 낸답시고, 모텔을 찾거나, 노래방, 술집을 들먹입니다. 저는 이렇게 되묻고 싶습니다. '고작 이 조용한 섬에 와서 찾는 것이 그것 뿐이냐고.' 그들의 가난하고 천박한 정서가 가엾습니다. 그리고 서도에는 제조업 공장이 단 한곳도 없습니다.
당연히 오염되지 않은 순결한 자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물론 피서객들의 여가는 도시의 회색빛 문명의 찌꺼기를 버리는 행위인지도 모릅니다. 큰 타격은 커녕 그만큼 그들이 흘린 쓰레기가 줄어 예년의 여름철이면 몸살을 앓던 쓰레기 대란에서 벗어난 것 입니다. 어떻게보면 참! 어이없는 소비문화입니다. 온갖 상품을 산더미처럼 끌어안고 피서객들은 섬으로 몰려 듭니다. 그리고 쓰레기만 남기고 그들은 떠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그 쓰레기를 다시 배에 싣고 뭍으로 옮깁니다.
섬사람들의 경제여건 걱정 안하셔도 좋습니다. 대빈창 해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았던 때. 가난했지만 평등했고 마을공동체의 심지깊은 서로간의 배려로 오히려 풍족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어쨌든 현재 서도 사람들의 삶속에 인류의 미래 모습이 보입니다. 화석연료를 태워 풍요를 구가하던 이 문명은 머지않아 조종을 울릴 것입니다. 대체에너지를 부르짖고 있지만 '양치기 소년'에 불과합니다. 개발 성장이 아닌 생태 순환이 가능한 문명만이 인류의 앞길을 밝혀 줄 것 입니다. 즉 철없는 도시의 소비문화보다, 성숙한 시골의 살림문화가 인류의 희망인 것 입니다.
'대빈창을 아시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서류의 적색경보 (0) | 2010.11.08 |
---|---|
땅콩, 어망(魚網)에 담기다 (0) | 2010.10.18 |
감나무 벗어 제끼다 (0) | 2010.09.13 |
북새 뜬 필름 한 컷 (0) | 2010.08.30 |
봉구산을 오르다 (0) | 2010.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