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봉구산을 오르다

대빈창 2010. 8. 10. 17:33

 

 

 

 

 

가급적 저는 아침에 봉구산을 오릅니다. 낮이 무더웠거나, 밤기운이 갑자기 내려간 다음날 어스름이 거치기 시작하는 무렵 산을 오르면 그림처럼 안개가 산정에서 거슬러 내려 옵니다. 참으로 몽환적인 풍경입니다. 서도면은 4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강화도의 막내 행정구역입니다. 면소재지 주문도 중앙에 자리잡은 봉구산은 해발 146m입니다. 쉽게 연상하자면 제주도가 한라산과 그 능선으로 이루어진 섬처럼 주문도와 봉구산의 관계가 그와 같습니다. 걸어서 3시간이면 일주가 끝날 정도로 작은 섬입니다. 주민수는 300여명. 섬이라 일반인들은 어민과 바다고기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주업은 농업입니다. 논이 25만여평 됩니다. 그리고 산자락의 밭이랑을 일궈 주민들은 생계를 꾸려 갑니다. 저의 집뒤가 바로 등산로 초입입니다. 산정에 무선전화 기지국이 자리잡아 보기 흉한 철탑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저는 철탑만 보면 프랑켄슈타인이 연상됩니다. 또한 두개골이 깨져 머리에 쇠침을 고정시킨 정형외과 환자가 생각납니다. 섬의 몰골이 불쌍합니다. 사진의 전선은 철탑과 연결됩니다. 숲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종을 이룹니다. 산정으로 향하는 길가에 초피나무가 많이 눈에 뜨입니다. 늦가을 빨간구슬이 부풀어오른 듯한 열매가 보기 좋습니다. 말복 지난 숲은 잔뜩 물기를 머금어, 산정을 향하는 나의 얼굴은 그야말로 비오듯이 땀을 떨굽니다. 나무가 울창해 바람기 없는 산길은 후덥지근합니다. 그래도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나의 몸을 일깨우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폭우나 폭설이 쏟아지지 않는 한 나의 봉구산에 들기는 쉼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어스름이 깨어나는 시간을 놓치면 어스름이 지는 시간에 저는 산에 듭니다. 어떤 이보다도 정감이 가는, 봉구산은 믿음직스런 삶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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