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컴퓨터 책상에 앉아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찍은 전경 그림입니다. 작은 섬 주문도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집이라고 저는 스스로 자랑합니다. 월파벽 앞까지 바닷물이 밀려 왔습니다. 만조입니다. 바다건너 섬이 바로 석모도입니다.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의 하나인 보문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길게 늘어선 흰구름에 살짝 가린 가장 높은 봉우리가 상봉산입니다.
행정구역명 삼산면은 석모도의 3대 명산인 해명산, 상봉산, 상주산에서 유래합니다. 오른편으로 내려서는 능선을 따라 작게 솟아오른 봉우리가 보문사가 앉은 낙가산입니다. 중턱 눈썹바위 절벽에 관음보살좌상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저는 바다에서 관음보살을 우러러보고 있는 위치입니다. 2008년 11월. 저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강화군의 막내 서도면의 면소재지인 주문도에 자리를 잡습니다. 주말 책을 읽다, 어머니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는 마루로 나갑니다. 아! 어머니가 다소곳이 앉아 마루 유리문을 통해 바다건너 섬을 보고 계십니다. 무슨 상념에 젖어 계신 것일까요.
석모도는 어머니의 고향입니다. 외할아버지는 작은배의 선주셨습니다. 기울어가는 집안의 장녀인 어머니는 가난한 농사꾼인 아버지에게 시집을 왔습니다. 나이차는 9살 이었습니다. 아들 둘을 낳으시고, 김포 통진으로 이사를 와서 김포평야의 가난한 소작농 아내가 됩니다. 그리고 아들과 딸 하나씩을 더 두어, 3남1녀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2007년 아버지가 돌아 가십니다.
'한강신도시'라는 미친 개발 바람에 어머니는 쫒겨나는 신세로 몰립니다. 쉽게 말해서 철거민입니다. 작은 섬의 말단 공무원인 막내 아들을 따라 서해 낙도에 몸을 의탁합니다. 당신의 고향이 바로 눈앞입니다. 어머니는 오늘도 하염없이 고향 섬을 돌아나오는 여객선의 항로에 눈길을 주고 계십니다. 적요가 어머니를 감싸고 있는 것인지, 어머니의 모습이 적요의 기운을 풍기는 것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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