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양서류의 적색경보

대빈창 2010. 11. 8. 17:58

 

 

 

 

 

요 며칠 때 이른 추위가 찾아 왔습니다. 녀석이 보이질 않습니다. 일찍 들이닥친 추위에 녀석의 생체시계가 천천히 맥박을 정지시켜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년의 따듯한 봄을 그리며 깊은 잠에 빠져 있을까요. 밤마다 찾아오던 녀석이 보이지 않은지가 벌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유리창에 반사된 스탠드 불빛과 제가 읽고 있던 책의 정중앙에 희끄무레하게 녀석의 모습이 보입니다. 창문 밖에 덧친 방충망에 녀석이 배를 깔고 사냥에 여념이 없습니다. 불빛을 보고 달겨든 날벌레들이 녀석의 저녁 만찬입니다. 한결같이 제 시간에 출근하던 녀석이라 가끔 눈에 뜨이지 않으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아! 언젠가 녀석들의 겨울잠을 엿본 적이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모형처럼 빳빳하게 굳어 생명체로 보이질 않았습니다. 제가 나이가 들면서 자연생명에 대한 관찰이 소홀한 것인지 언제부터인가 녀석들을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저의 기억은 아직 또렷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이웃집에 제 또래의 폐병쟁이가 살았습니다. 또래는 청개구리 킬러 였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눈에 뜨이는대로 산 채로 삼켰습니다. 그 기억이 얼마나 강렬한 지 지금도 또래의 꿀꺽! 목청이 눈앞에 선합니다. 요즘 들어 보기 힘든 양서류가 맹꽁이입니다. 연못가나 웅덩이 근처의 땅속에 서식하는 생활습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구잡이 난개발이 판치는 토건국가 이땅에서 급기야 멸종위기종이 되었습니다. 아! 그런데 녀석들이 생존권 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인천 계양산의 골프장 건설, 낙동강 4대강 사업의 마구잡이 준설 현장, 뉴타운 택지개발 등 부활한 개발독재의 굴삭기 삽날에 맞서 떼거지로 생태파괴에 대한 항의, 궐기하고 있는 것 입니다. 이에 '풀꽃세상'에서는 2009년 제15회 풀꽃상을 맹꽁이에게 수여했습니다. 또따른 양서류 보호종으로 두꺼비가 있습니다. 어릴때 장마철이면 뒤울안에서 큰 덩치로 말미암아 더욱 굼뜨게만 보였던 녀석입니다. 이제는 그 어기적거리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제게는 4년동안 여름밤의 무더위를 잊게 해준 고마운 두꺼비 삼총사가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올해는 녀석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른 주먹보다 큰 덩치를 자랑하던 녀석들이라  저는 놈들이 자연사로 삶을 마감했을 것이라고 단정합니다. 어스름이 밀려들고 건물 외등이 켜지면 녀석들은 산에서 엉금엉금 기어 내려옵니다. 유리창에 비친 불빛을 보고 달겨드는 풍뎅이가 녀석들의 먹이감입니다. 아침일찍 나와보면 밤새 포식해 축 늘어진 배를 땅바닥에 질질 끌며 산으로 돌아가던 녀석들의 우스꽝스런 모습에 절로 파안대소가 터집니다. 땅바닥 여기저기에는 강아지똥보다 굵은 녀석들의 배설물이 널려 있습니다. 채 소화시키지 못한 풍뎅이 겉날개가 햇빛을 반사 시킵니다. 산으로 돌아가기도 귀찮은지 버려진 책상 구석 그늘에 쉬고있던 녀석에게 저는 물호스를 길게 늘여 샤워를 시킵니다. 어느 놈은 길을 잘못들어 철망이 덮힌 하수 집수관에서 하이타이 거품을 뒤집어쓰고 철퍼덕거리던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정이 들었던 녀석들이 올 여름에 보이지 않아 몹시 서운합니다. 녀석들만이 제 주위에서 떠난 것만이 아닙니다. 지구상 양서류의 32%인 1,856종이 멸종위기에 몰렸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자료부족인 1,300종이 같은 처지랍니다. 양서류 멸종 현상은 198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20년 사이에 122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습니다. 기후 변동에 따른 환경변화가 멸종의 주요 원입입니다. 그것은 양서류가 물과 뭍에서 동시에 생활하기 때문입니다. 허파는 물론 피부로 호흡하는 양서류의 민감함이 나빠지는 지구 환경에 적색 경보를 울리고 있습니다. 청개구리, 맹꽁이, 두꺼비가 살 수있는 별은 지구 하나 뿐입니다. 이들이 멸종된 지구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ps. 어망에 담긴 땅콩과 함께 빛마루님께 드리는 저의 또다른 친구들의 요즘 근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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